바람의 섬에 선 사람, 황성구 시인 고희(古稀)에 부쳐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바람의 섬에 선 사람, 황성구 시인 고희(古稀)에 부쳐 2025.10.07
□ 황성구 시인, 백두산 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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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섬에 선 사람
― 황성구 시인 고희(古稀)에 부쳐
청람 김왕식
제주의 바람이 한 사람의 생을 축복하고 있다.
황성구 시인, 그는 이름 앞에 언제나 ‘애국’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사람이다. 세상은 그를 시인이라 부르지만, 그의 삶은 이미 한 편의 서사시였다. 젊은 날의 열정으로부터 오늘의 고요한 지혜에 이르기까지, 황성구의 일흔 해는 조국을 품은 언어의 여정이었다. 그 이름은 마치 윤봉길 의사의 불꽃처럼 불의 앞에서도 꺼지지 않는 믿음의 등불이었다.
그는 늘 말보다 행동이 앞선 시인이었다.
시는 입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 것임을 몸소 증명해온 사람이다. 나라의 아픔이 곧 자신의 아픔이었고, 겨레의 기쁨이 곧 자신의 기쁨이었다. 그가 쓴 시의 행간마다 피의 냄새가 서리고, 눈물의 결이 묻어 있다. 그것은 문학이 아니라, 신념의 기록이다. 그는 펜으로 싸운 사람이며, 언어로 조국을 다시 세운 사람이다.
그런 그가 오늘, 고희의 나이에 이르러 잠시 제주의 바람 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일흔 해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다시 열 해의 미래를 그릴 것이다. 바다는 늘 변하지만, 그 바다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언제나 한결같다. 삶의 파도 속에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 그가 세울 또 하나의 다짐은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생의 새로운 서문일 것이다.
황성구 시인은 이어도문학회의 새로운 회장으로 추대될 예정이다. 이어도는 단지 섬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상징이다. 파도에 지워지지 않는 존재,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서 있는 그 신비의 땅. 황 시인은 그 이어도의 정신을 누구보다 닮았다. 고요하지만 강하고, 낮지만 깊으며, 보이지 않아도 존재의 울림으로 남는다. 앞으로 그가 문학회장으로서 펼칠 여정은, 분명 이어도의 바다처럼 넓고 푸를 것이다.
그의 인생에는 문학의 향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적인 따뜻함, 형제 같은 정이 그를 감싸고 있다.
세상의 수많은 관계 속에서 그는 언제나 ‘형님’이었다. 세 사람의 맏형으로서, 그리고 수많은 후배 시인들의 정신적 맏형으로서 그는 품이 넓고 마음이 깊었다. 질책보다 격려가 많았고, 침묵 속에서도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었다. 그의 눈빛은 언제나 따뜻했고, 그의 말 한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녹였다.
그는 늘 ‘책임’이라는 단어로 자신을 설명해왔다.
가정에서는 아버지로서, 사회에서는 공인으로서, 문단에서는 선배로서, 그는 맡은 자리마다 진심을 다했다. 그 진심이 결국 그를 오늘의 자리로 이끌었다. 황성구 시인의 삶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다. 조용하지만 강하다. 그 단단함은 오랜 세월의 연단 속에서 만들어진 인간의 품격이다.
제주의 하늘 아래서 그는 지금, 또 한 번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시의 언어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경험이 농익고, 사랑이 무르익은 나이 — 그곳에서 태어나는 시는 더 이상 개인의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다리이며,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울림이 될 것이다.
문학은 결국 사람을 향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황성구 시인의 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 언어의 끝마다 늘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는 애국이 있고, 자연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 세 가지를 하나로 묶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진심’일 것이다. 그는 언제나 진심으로 살았고, 진심으로 써왔다.
이제 새로운 10년의 시작점에서,
황성구 시인은 다시 자신에게 묻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남을 것인가.”
그 답은 이미 그의 삶이 대신 말했다.
“나는 사랑으로, 그리고 시로 남겠다.”
칠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청년의 눈빛을 지닌 사람,
삶을 시처럼, 시를 삶처럼 살아온 사람,
그 이름 황성구 —
그는 여전히 광야의 시인이며,
이 시대의 윤봉길이자,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깃든 불멸의 깃발이다.
□
바람의 이름으로
― 황성구 시인을 위하여
제주의 하늘이 낮게 흐른다
한 사람의 생이 바람처럼 서 있다
일흔 해의 세월이 이마 위에 비치고
그 발끝엔 조국의 흙냄새가 묻어 있다
젊은 날, 그는 바다의 길을 열었다
사해를 순회하며 해양의 지도를 새로 그렸고
낯선 파도 속에서도 두려움을 몰랐다
그에게 항로는 단순한 무역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에 바람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그는 불꽃이 되지 않았다
언제나 따뜻한 빛이었다
소리보다 신념이 앞서고
말보다 실천이 깊었던 사람
불타지 않아도 타오르고,
흔들리지 않아도 멀리 울리던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시인’이라 부른다
그의 시는 기도가 되었고
그의 기도는 삶이 되었다
민족의 이름으로 쓰인 시편,
그 속엔 피 묻은 사랑이 있었다
그는 한 줄을 쓰기 전, 길을 걸었다
사람의 길, 신념의 길, 역사와의 길목을 지나며
한 송이 무궁화를 꺾어 가슴에 꽂았다
그 꽃잎에서 향기가 아니라
조국의 숨결이 피어났다
그의 언어는 흙에서 자랐다
억새처럼 질기고, 파도처럼 깊고,
때로는 바람처럼 자유로웠다
그의 시는 소리 없이 울었고
침묵으로 시대를 일깨웠다
이어도의 파도 위에서
그는 시를 띄운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
무너지지 않아도 아픈 것,
그것이 그가 부른 조국이었다
그를 형이라 부르는 이가 있고
그를 등불이라 부르는 이가 있다
그의 눈빛엔 산의 고요가 있고
그의 미소엔 아직도 봄의 온기가 있다
세월은 그를 데려가지 못했다
그는 세월을 품고 걸어온 사람
흘러가도 지워지지 않는 이름,
시간 위에 새겨진 신념의 문장
이제 그는 일흔의 강 위에서
또 다른 열 해의 배를 띄운다
바람은 그의 편이고
파도는 그의 길이다
그는 알고 있다
진정한 시인은 나이를 넘어서
영혼으로 걷는 사람임을
시여, 이제 그를 따라 부르라
“사람이여, 바람이여,
흔들리지 않는 이 땅의 등불이여.”
황성구 시인
조용하되 단단하고,
고요하되 멀리 닿는 이름.
그는 지금도
우리의 마음 속에서
깃발처럼, 바람처럼,
아직도 푸르게 펄럭이고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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