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노을 ― 시인 주광일의 마지막 저녁노래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황금 노을 ― 시인 주광일의 마지막 저녁노래 2025.10.17
□ 주광일 시인
■
황금 노을
시인 주광일
푸른 하늘 온종일
가을을 보듬더니
서산 너머 저녁 노을
영웅다운 모습일세
불그스런 황금노을
세상 걱정 쓸어내네
■
황금 노을
― 시인 주광일의 마지막 저녁노래
법과 정의, 그리고 인간의 양심으로 살아온 한 생의 찬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의 ‘황금 노을’은 단 세 연의 짧은 시 속에 한 인간의 전 생애와 시대의 초상이 농축된 작품이다. 시는 겉으로는 가을 저녁의 아름다운 노을을 노래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의를 붙들고 살아온 한 법조인의 삶과, 시대의 어둠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민족혼이 스며 있다.
시인은 평생을 법과 정의의 수호자로 살며, 청렴과 양심을 생의 기둥으로 삼았다. 그런 그가 인생의 석양 무렵에 이르러 써내린 이 시는 단순한 자연시가 아니라, 시대와 인간, 그리고 양심에 대한 마지막 진혼가라 할 수 있다.
첫 연 “푸른 하늘 온종일 / 가을을 보듬더니”에서 시인은 평생의 신념과 삶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푸른 하늘’은 청렴한 정신의 표상이다. 이는 그가 지켜온 정의와 진실, 그리고 나라에 대한 곧은 충심을 상징한다. ‘가을을 보듬는다’는 표현에는 세월과 인간의 무게를 따스히 품으려는 자비와 관조의 시선이 녹아 있다. 인생의 황혼에 이르러서도 세상을 품으려는 마음, 그것이 주광일 시인의 인품이자 그의 시적 원천이다.
두 번째 연 “서산 너머 저녁 노을 / 영웅다운 모습일세”에서 ‘영웅다운’이라는 단어는 단지 화려한 무용담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고난 속에서도 원칙을 굽히지 않은 사람의 내면적 위엄을 뜻한다. 시인은 80의 노구를 이끌고 태극기를 가슴에 품은 채, 혼란한 시국을 온몸으로 버텨왔다. 그에게 애국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었고, 신념은 구속이 아니라 자유였다. 그는 역사의 불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고, 시대의 광풍 속에서도 나라를 향한 마음을 놓지 않았다. 그 길 위에서 맞이한 석양은 단순한 자연의 현상이 아니라, 한 생이 견뎌낸 의로움의 황혼이다.
세 번째 연 “불그스런 황금노을 / 세상 걱정 쓸어내네”는 그 모든 인생의 결론이자 해탈의 경지다. ‘불그스런’은 뜨거운 피의 흔적, 정의를 위해 싸워온 세월의 상처를 의미하고, ‘황금노을’은 그 고통이 순금처럼 정화된 인생의 결실을 상징한다. 주광일 시인의 황혼은 결코 쇠락이 아니라, 한 생애가 의로움으로 물드는 황금빛 완성이다. 그 노을이 ‘세상 걱정을 쓸어낸다’는 마지막 구절은, 세상에 대한 연민과 동시에 자기 초월의 선언이다. 인간의 고뇌와 국가의 혼란을 다 껴안은 뒤, 이제는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겠다는 노장의 담백한 깨달음이자, 진정한 자유인의 숨결이다.
이 시는 한 법조인이자 시인으로서의 그의 생애를 상징적으로 압축한다. 주광일 시인은 법의 언어로는 정의를 세웠고, 시의 언어로는 인간의 존엄을 노래했다.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낸 그는, 이념보다 인간을, 권력보다 양심을, 그리고 부귀보다 조국을 선택한 진정한 청백리(淸白吏) 시인이었다. 그가 품었던 태극기는 단순한 국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신념과 피의 약속이었다. 그리고 그 신념이 이제 ‘황금 노을’로 물들어 세상을 비추고 있다.
주광일의 시세계는 짧지만 밀도 있는 문장 속에서 삶의 철학을 정수로 응축시킨다. 자연의 언어를 빌려 인간의 도덕적 중심을 회복하려는 그의 시적 의도는 명징하다. 그는 인생의 석양에서도 여전히 바람과 하늘을 노래하며, 혼탁한 시대를 정화하는 정신적 등불이 된다. 그의 노을은 단지 저무는 태양이 아니라, 끝까지 불타는 신념의 불씨다.
‘황금 노을’은 한 시대를 견디며 조국을 사랑한 인간의 윤리적 자서전이며, 의로운 삶이 남긴 마지막 서광이다.
“노을은 저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비추는 마지막 정의의 빛이다.”
ㅡ청람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