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김선영 시인의 시 '산 빛'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김선영 시인의 시 '산 빛' 2025.11.08
김선영 시인의 시 '산 빛'

□ 김선영 시인 시집

山 빛

시인 김 선영

산빛 사랑하다 떠난 그사람

산빛 한자락 떠서

잔등에 덮어주고

보낸 그사람

산은 자꾸 야위어 가고

세월도 야위어 앓을 때

어느날 문득

그 사람

산빛

돌려주러 오거든

산빛은 산에 입히고

나란히 둘이서 산을 보리라

나란히 둘이서 또

산을 살리라

산빛으로 피워낸 사랑의 숨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선영 시인은 마음이 고요한 산과도 같다. 시인의 언어는 결코 요란하지 않다. 외려 고요의 깊이를 품은 숨결처럼, 묵묵히 사람의 마음을 적신다. 그가 말하는 ‘산빛’은 단순한 자연의 색이 아니라, 인간의 정한(情恨)과 기다림,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생의 숨결을 상징한다.

이 시의 첫머리 “산빛 사랑하다 떠난 그 사람”은 이미 존재의 이별을 전제한다. 그 이별은 단절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형태’로 이어진다. “산빛 한자락 떠서 잔등에 덮어주고 보낸 그사람”이라는 구절은, 이별의 손길을 애틋한 체온으로 바꾸어 놓는다. 여기서 ‘산빛’은 단지 자연의 빛이 아니라, 떠나는 이에게 마지막으로 전하는 ‘사랑의 망토’다.

중간부 “산은 자꾸 야위어 가고 세월도 야위어 앓을 때”에서 시인은 시간의 쇠락을 노래하면서도, 그 안에서 ‘사람’과 ‘산’을 동일한 존재로 겹친다. 인간의 상처가 곧 자연의 상처이고, 세월의 앓음이 곧 사랑의 진통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이처럼 시인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는다. 그 두 존재는 서로의 생을 지탱하며, 결국 하나의 숨으로 이어진다.

후반부 “어느 날 문득 그 사람 산빛 돌려주러 오거든”에서 시는 전환점을 맞는다. 떠났던 사람이 돌아오는 순간은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영혼의 윤회이자 사랑의 완성이다. “산빛은 산에 입히고 나란히 둘이서 산을 보리라”는 구절에는 깨달음 같은 평안이 흐른다.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함께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한 사랑의 경지. 그때 시인은 “둘이서 또 산을 살리라”라며 인간의 사랑을 ‘생명 살림’의 윤리로 승화시킨다.

시인 김선영 시의 미학은 ‘절제 속의 깊이’다. 그녀의 시어는 들꽃처럼 순박하고, 바람처럼 은근하다. 군더더기 없이 다듬어진 문장은 마음의 결을 그대로 비춘다. 거기에 담긴 고유어 ‘잔등’, ‘나란히’, ‘살리라’ 등은 한국어의 따스한 숨을 살려내어, 시인의 인품과 하나가 된다.

김선영 시인은 세속의 욕망보다 마음의 품격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시는 산처럼 묵직하되, 산빛처럼 부드럽다. 삶의 무게를 품되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그리움 속에서도 사랑을 살리고, 이별 속에서도 생을 키운다. 그것이 바로 시인 김선영 시 세계의 본질이며, ‘산빛’이 우리 가슴에 오래 남는 이유다.

요컨대, 이 시는 한 사람의 이별을 넘어, 모든 존재가 다시 서로를 살리는 순환의 노래다. 산빛은 사랑의 색이자 생명의 맥박이다. 김선영 시인은 그 산빛을 통해 말없이 묻는다.

“그대는 오늘 누구의 산빛이 되어 주었는가.”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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