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시인 임신영 ― ‘그냥’에 깃든 존재의 온도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시인 임신영 ― ‘그냥’에 깃든 존재의 온도 2025.11.11
시인 임신영  ― ‘그냥’에 깃든 존재의 온도

□ 시인 임신영 교수님

그냥

시인 임신영

마음이 뛴다

대화만 나누는데

그냥 오랫동안

함께

있는 시간이 좋다

장소를 정하진 않았다

함께 있다 보니

오랜 시간

삶을

나누게

되었다.

시인 임신영

― ‘그냥’에 깃든 존재의 온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임신영 시인의 시 ‘그냥’은 언어의 미학보다 마음의 결을 먼저 드러내는 작품이다. 단아한 구절 속에 흐르는 것은 ‘사랑’이라는 단어조차 쓰지 않은 사랑, ‘삶’이라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삶이다. 시는 대상을 설득하거나 감동시키려 하지 않는다.

다만 존재와 존재가 마주 서 있을 때의 조용한 진동, 그 묵묵한 시간의 체온을 기록한다. 이 단순함이 곧 시인의 미학이다.

‘마음이 뛴다’는 첫 구절은 감정의 고백이 아니라 영혼의 반응이다. 사랑은 의지의 선택이 아니라 신의 숨결처럼 오는 것이기에, 시인은 그것을 ‘그냥’이라 부른다. ‘그냥’이라는 단어 속엔 억지 없음, 계산 없음, 그리고 조건 없는 수용이 있다. 그것은 신앙의 언어이자 인간적 진실의 언어다.

‘대화만 나누는데 / 그냥 오랫동안 / 함께 / 있는 시간이 좋다’는 구절에서 시인은 존재의 본질적 위로를 노래한다. 말보다 더 깊은 이해, 설명보다 더 큰 공감이 그 침묵의 대화 속에 있다. 신앙인으로서의 시인은, 사랑을 소유가 아닌 동행의 시간, 은총의 나눔으로 바라본다.

‘장소를 정하진 않았다’는 구절은 인위의 거부이자 영혼의 자유다. 사랑의 본질은 공간이 아니라 관계에 있다.

하여, ‘함께 있다 보니 / 오랜 시간 / 삶을 / 나누게 되었다’는 마무리는, 인생의 결론이라기보다 신앙의 고백처럼 다가온다. 사랑과 믿음, 그 둘은 결국 같은 빛의 다른 이름임을 시인은 알고 있다.

임신영 시인 시의 미학은 단순함 속의 깊이다. 화려한 비유도, 복잡한 구조도 없지만, 그 언어는 오래된 찬송처럼 마음에 맴돈다. 시인은 신앙의 자리에서 인간의 일상을 바라보고, 일상의 자리에서 신의 숨결을 본다. 그 조용한 시선은 우리에게 묻는다. “사랑은 이유가 있어야만 존재하는가?”

그의 시는 대답 대신 침묵으로 응답한다. 그저 ‘그냥’ 있는 것, 그것이 이미 사랑이고, 그것이 곧 신앙이다.

그 시인 임신영 시의 세계는 신앙의 시학이자, 관계의 인문학이다. 언어는 간결하지만 그 여운은 깊다. ‘그냥’이라는 두 음절 속에 시인은 신의 숨, 인간의 마음,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담아냈다.

이 시는 우리 모두의 고백이 된다. 말보다 존재가, 설명보다 나눔이, 그리고 신앙보다 사랑이 먼저였음을.

그의 시는 빛을 말하지 않고 빛을 품는 시, 신을 증명하지 않고 신의 온기를 전하는 시다.

그냥, 그 한마디로 세상의 복잡함을 다 이겨내는 시인의 겸허한 미소가 보인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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