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오하 시인의 시 '딸기의 하얀 점' ― 거대한 삶을 이끄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자연의 미세한 떨림’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오하 시인의 시 '딸기의 하얀 점' ― 거대한 삶을 이끄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자연의 미세한 떨림’ 2025.11.14
오하 시인의 시 '딸기의 하얀 점' ― 거대한 삶을 이끄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자연의 미세한 떨림’

□ 오하 시인의 첫 시집

딸기의 하얀 점

시인 오하

아침 스며드는 햇볕에 부끄러워 잠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어젯밤 몰아치던 비바람도 잠잠해졌다 이렇게 고요해질 아침을 나는

미리 알고 있었던 듯이 바깥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를 아주 닫아버렸다

어젯밤에는

오늘은 이 조용한 하루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은 예감 따뜻한 사람들 틈에서 호흡하는 것은

작은 행복처럼 파문이 일 것이다

그런데도 아침 문득 밀려오는 이 공허는

해소되지 않는 파문들이 내 깊은 곳에서 일렁이기 때문일까?

그건 무엇일까

어젯밤 먹었던 딸기에 박힌 하얀 점 같은 걸까?

하루를 시작하는 이 아침

괜한 생각을 하는 것도 우습기는 하지만

빨간 딸기에는 왜 하얀 점이 박혀 있는 것일까

원래 그런 것일까?

오하 시인의 시 ‘딸기의 하얀 점’

― 거대한 삶을 이끄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자연의 미세한 떨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오하 시인의 삶은 커다란 지도처럼 넓고 다층적이다. 한컴그룹 회장을 비롯해 국제로타리 총재, 국립한글박물관 후원회 회장, 정동극장 이사장, 우리문화지킴이 명예회장 등 한국 사회와 문화의 굵직한 지점을 두루 걸어왔다. 국제해킹방어대회 코드게이트 창설에 이르기까지 그의 발걸음은 기술과 문화, 봉사와 산업을 동시에 품은 드문 궤적이다.

거대한 현장을 이끄는 손끝 아래에는 언제나 들꽃과 들풀, 바람과 구름의 미세한 떨림을 감지하는 섬세한 감성이 자리한다. 그의 시는 바로 이 두 세계—광대한 활동과 깊은 감수성의 교차점에서 탄생한다.

시인은 자연을 곁에 둔 채 하루의 흔들림을 차분히 바라보고, 비가 오는 날이면 마음의 오래된 감정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정화의 시간을 귀하게 여긴다. 쉼터 청리움의 사계절을 온몸으로 겪으며 그는 문장보다 먼저 감정의 숨을 느끼고, 그 숨을 한 줄 시로 응축한다. 배움이 아니라 삶이 스승이 된 시 세계이다.

‘딸기의 하얀 점’은 큰 무대를 살아온 한 사람이 일상의 가장 미세한 순간에서 존재의 본질을 포착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아침 햇볕 앞에서 문득 찾아오는 부끄러움, 폭풍우가 지난 뒤의 고요, 바람 결 사이로 스미는 작은 떨림. 그는 기업인의 언어로가 아니라 자연의 숨을 읽는 사람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이 조용한 감각이 그의 시를 지탱하는 가장 깊은 뿌리다.

이 작품의 핵심은 ‘공허空虛’이다. 따뜻한 사람들 속에서 번지는 작은 행복의 파문에도 지워지지 않는 미세한 진동. 시인은 그 감정의 흔적을 “딸기에 박힌 하얀 점”이라는 이미지로 번역한다. 풍성한 붉음 속에 박힌 아주 작은 흰 점. 그것은 생의 충만을 해치는 결핍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숨의 틈이다. 그는 이 작은 틈을 숨기지 않고 응시하며, 그 속에서 존재의 진실을 읽는다.

기업의 세계에서 결핍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시의 세계에서 결핍은 존재를 증명하는 표식이다. 오하 시인은 이 대비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큰 무대를 이끄는 사람일수록 들풀의 흔들림, 들녘의 바람, 잔물결의 떨림을 더 예민하게 느끼는 이유이다. 자연의 한 장면은 그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결을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 된다.

‘딸기의 하얀 점’은 결국 일상의 작은 이미지가 어떻게 생의 근원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간의 마음도 딸기와 같아서, 뜨겁게 익은 감정 속에도 연약한 틈이 남아 있다는 사실. 그 틈이야말로 우리를 온전히 인간으로 서게 하는 근원임을 시인은 조용히 말한다.

오하 시인은 그 하얀 점을 감추지 않는다. 그 점을 통해 삶의 기미를 읽고, 마음의 고요를 시의 결로 차분히 새겨 넣는다. 그의 시가 깊고 맑은 울림을 남기는 이유는, 거대한 발걸음 속에서도 들꽃의 숨결을 놓치지 않는 그의 감성과 품성 때문이다.

—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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