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무섬 외나무다리 ― 박정민 시인의 삶의 철학과 미의식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무섬 외나무다리 ― 박정민 시인의 삶의 철학과 미의식 2025.11.30
무섬 외나무다리 ― 박정민 시인의 삶의 철학과 미의식

□ 박정민 시인 시낭송 대상 수상

무섬 외나무다리

시인 박정민

푸른 들판 뛰놀다

인생 반환점에 건너야 할 강

외나무다리 밑으로 흐르는

거센 물살 어디로 흘러가나

날 보며 혀를 날름 거린다

후들거리는 두 다리

진퇴양난 사면초가

뒤에 밀려오는 또 다른 동무들

오직 앞으로 가야 한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걸음걸음 두근두근

기도하는 마음 지켜주소서

내성천 금빛 모래

보석처럼 빛나고

푸른 하늘 평온한

숲 향기 은은하게 솔솔 다가와

토닥토닥 힘들었지

어서 와 어서 와

〈무섬 외나무다리〉

― 박정민 시인의 삶의 철학과 미의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정민 시인의 ‘무섬 외나무다리’는 공간의 기록을 넘어, 한 인간이 생의 반환점에서 마주하는 두려움·용기·구원이라는 내적 노정을 투명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인은 외나무다리라는 좁고 위태로운 통과의 공간을 삶의 과도기와 겹쳐 놓으며, 누구도 대신 건너줄 수 없는 실존적 순간을 깊이 있는 언어로 펼쳐낸다.

외나무다리 아래 흐르는 “거센 물살”은 인생의 불확실성과 삶을 잠식하려는 운명의 힘을 상징한다. 물살이 ‘혀를 날름 거린다’는 표현은 공포의 형상화이자,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삶의 시험대를 은유한다. 이때 시인은 과도하게 비장해지지 않고, 담백한 현실 인식으로 생의 진실을 드러낸다. 두 다리가 “후들거리는” 장면은 삶 앞에서의 인간적 약함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대목이며, 그 안에서 이미 시인의 따뜻한 미의식이 깃든다.

이 작품의 핵심은 두려움이 아니라 전진의 선택이다. “오직 앞으로 가야 한다”는 단호한 선언 속에는 박정민 시인이 삶에서 일관되게 보여온 실천적 휴머니즘이 담겨 있다. 자신의 삶에서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녀·이웃·타인을 향한 선행과 나눔을 멈추지 않았던 시인의 인격적 힘이 언어 속에서 자연스레 드러난다. 그는 멈추지 않고, 주저앉지 않고, 두려움 속에서 한 발 더 내딛는 사람이다. 시의 화자 또한 그런 자세로 다리를 건넌다.

다리 끝에서 맞이하는 “내성천 금빛 모래”와 “푸른 하늘”, “숲 향기”는 극복의 과정이 가져오는 정화와 평온의 상징이다. 이 장면은 박정민 시인의 미의식이 지향하는 ‘다정함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 시인은 언제나 삶의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되, 그 너머에 있는 빛과 온기를 잊지 않는다. “토닥토닥 힘들었지 / 어서 와 어서 와”라는 결말은 그의 인생관을 그대로 비춘다. 이 말은 누군가의 고단한 하루를 따뜻하게 감싸는 시인의 삶의 태도이자, 오랜 선행과 사회적 헌신으로 이어진 그의 실천적 사랑이 응축된 표현이다.

결국 이 시는 한 사람의 생애를 관통하는 용기·연대·다정함의 시학이다. 두려움 속에서도 전진하고, 혼자가 아니라 서로를 이끄는 삶, 그리고 고단한 이들에게 한 번 더 손을 내미는 박정민 시인의 정신이 시의 구조와 이미지 전체에 스며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체험의 기록이 아니라, 삶을 건너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격려이자 위로의 시다. 시인은 외나무다리 위의 떨림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다리 끝에 있는 환한 세계를 믿고 나아가는 한 인간의 자세를 고요하게 보여준다. 그 담백함 속에서 그의 미의식은 더욱 빛난다.

따라서 ‘무섬 외나무다리’는 박정민 시인의 삶과 문학 모두를 관통하는 핵심적 가치 — 두려움 앞에서의 용기, 서로를 향한 따뜻함, 인간을 일으키는 선함 — 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작품이다.

ㅡ청람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

  1.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