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부재不在가 건네는 첫 인사, 초승달의 미세한 떨림 — 김선영 시인의 시'초승달의 윙크'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부재不在가 건네는 첫 인사, 초승달의 미세한 떨림 — 김선영 시인의 시'초승달의 윙크' 2025.12.11
부재不在가 건네는 첫 인사, 초승달의 미세한 떨림 — 김선영 시인의 시'초승달의 윙크'

□ 김선영 시인

초승달의 윙크

시인 김선영

초승달이

살짝

눈 하나 감고

윙크하네요

잘 도착했다고

그대

거기 눌러

잘 산다는 소식

그리움이

먼데서

인사하네요

가신 뒤

이제야 첫인사

눈 하나

살짝 감고

외눈으로만

인사하네요

□ 김선영 시인 시집

부재不在가 건네는 첫 인사, 초승달의 미세한 떨림

— 김선영 시인의 시’초승달의 윙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 시를 읽는 동안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울림이 길게 흘러내렸다.

육친을 잃은 고통을 두고 어찌 이토록 조용할 수 있을까.

김선영 시인의 시’초승달의 윙크’는 상실을 노래하지 않는다.

대신, 상실을 견디는 마음의 깊이를 가장 작은 빛 하나로 환히 비춘다. 초승달이 눈 하나를 감고 건네는 미세한 윙크는 시적 화자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위로의 손짓이 아니라, 이미 저편으로 떠난 존재들이 보내는 첫 인사로 읽힌다. 떠난 자가 먼저 안부를 전하고, 남은 자가 그 인사를 조용히 받는 구조. 이 역전된 시간감각은 이 시가 지닌 가장 은밀한 미학이다.

시인은 남편과 자녀를 잃은 삶의 깊은 균열을 드러내지 않는다. 절규나 설명은 없다. 상실이라는 거대한 고통을 하나의 이미지, 하나의 눈짓으로 압축해내는 절제의 정신이 시 전편을 이끌고 있다. “잘 도착했다고 / 거기 눌러 / 잘 산다는 소식”이라는 구절은 현실에서 들을 수 없는 목소리다.

시인은 그것을 현실보다 더 선명하게 받아들인다. 초승달은 상징이 아니라 영혼의 매개체로 변모한다. 자연의 사소한 변화에 인간 존재의 사후적 흔들림을 겹쳐 놓는 그의 방식은 단순한 서정의 차원을 넘어선다.

이 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슬픔을 숨기기 때문이 아니라, 슬픔을 울리지 않고 빛으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가신 뒤 / 이제야 첫 인사”라는 구절은 남은 이가 얼마나 오랫동안 침묵 속에서 견뎌왔는지를 말해주는 동시에, 죽음 이후에도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조용히 확인시킨다. 이때 초승달의 ‘외눈’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부재의 세계와 현존의 세계가 절반씩 이어져 있다는 상징이 된다. 부족한 형태의 달이 외려 더 완전하게 마음의 어두운 부분을 비춘다.

이 시의 품격은 과잉을 비워낸 데서 비롯된다. 비어 있음이 곧 충만함이 되는 원리를 보여준다. 시인은 한 문장도, 한 단어도 감정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독자는 시인의 고요한 비어 있음 속에서 더 큰 울림을 듣게 된다. 상실을 덜어내는 대신, 상실을 있는 그대로 품되 그것을 따뜻한 미광으로 감싸는 작업. 그 결과, 이 시는 단순한 추모의 노래를 넘어 존재 간의 은밀한 연결을 증명하는 서정적 전언이 된다.

‘초승달의 윙크’는 결국 ‘떠난 자와 남겨진 자가 서로를 배웅하는 방식’을 가장 작은 빛의 형태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슬픔은 말보다 깊고, 위로는 눈짓보다 조용하다. 김선영 시인은 그 조용함을 시의 중심에 세우고, 그 중심에서 다시 삶을 일으키는 빛을 이끌어 올린다.

하여,

이 시는 단순한 서정이 아니라 고요한 신앙, 부재의 품격, 그리움의 가장 아름다운 형식이 된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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