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서사, 인생의 문을 여는 시 — 박철언 시인의 〈새 아침을 열면서〉를 읽고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아침의 서사, 인생의 문을 여는 시 — 박철언 시인의 〈새 아침을 열면서〉를 읽고 202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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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열면서
시인 박철언
어둠 속에 웅크린 풍경들이
어슴푸레 깨어나는 여명
그림자도 아직 따라붙지 않은 시간
몸도 마음도 상쾌하게 깨어난다
주름살 없는 밝은 표정의 해처럼
오늘의 표정도 쾌청하게 출렁일까
빛이 열리기 시작되면
가라앉은 소리도. 드물어진 움직임도
다시 생기를 찾아 흐르는 일상
잠든 길이 열리니 향기도 열린다
빵 굽는 냄새, 커피 향까지
산책길 새도, 바람도, 빛 받은 생명들도
새롭게 가야 할 이정표 찾아
바쁘게 하루의 문고리를 연다
마음속 에너지 한껏 당기는 태양의 열정
발길도 마음 길도 이렇게 가벼우니
오늘 하루도 즐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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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철언
‘순수문학’ 시,
월간 ‘문학세계’ 수필 등단,
한국문학사 를 빛낸 문인
윤동주문학상 대상,
윌리엄 예이츠문 학대상 외 다수 수상.
3선 국회의원.
정무장관.
체육청소 년부장관,
대통령 정책보좌관,
검사장 외 다수 역임.
현, 한반도복지통 일재단 이사장.
변호사
시집
《바람을 안는다》,《왜 사느냐고 물으면》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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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서사, 인생의 문을 여는 시
— 박철언 시인의 시 〈새 아침을 열면서〉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철언 시인의 시는 인생 전체를 한 줄 햇살처럼 걷는다.
정치와 법조, 행정과 사회의 최전선에서 살아온 이가 말의 전투가 아닌 침묵의 시어로 돌아왔다는 점에서,〈새 아침을 열면서〉는 그의 내면이 가장 순수하게 드러나는 자리다. 그는 자연을 묘사하면서도 삶을 말하고, 일상을 기록하면서도 철학을 품는다.
이 시는 “어둠 속에 웅크린 풍경들”이라는 첫 구절에서 한밤중의 침묵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시인의 감각을 보여준다.
그는 단지 날이 밝는 아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둠을 견딘 시간 속에서만 피어나는 빛의 윤리,
즉 삶의 한 단락이 물러나고 새로운 의지가 움트는 존재의 ‘태도’에 가까운 아침이다.
아직 그림자조차 붙지 않은 이른 시각,
시인은 해처럼 “주름살 없는 밝은 표정”을 떠올린다.
이 대목은 단순한 자연 관찰을 넘어, 마음의 주름도 잠시 접어둔 생의 새출발을 뜻한다.
출렁이는 오늘의 표정은 단지 쾌청한 날씨가 아니라, 삶을 새로 맞이하려는 내면의 수양이다.
이어지는 시구는 감각의 층위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킨다.
“빵 굽는 냄새, 커피 향”은 생의 체온이고, “바람도, 빛 받은 생명들도”는 그 열정의 동행자다.
청민 시인은 풍경을 통해 인간을 말하고, 구체를 통해 보편을 건넨다.
그의 시는 추상으로 달아나지 않고,
늘 독자가 발 디딜 수 있는 일상의 흙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이 시가 단지 정감 있는 생활시에 머무르지 않는 까닭은
마지막 연에서 드러난다.
“마음속 에너지 한껏 당기는 태양의 열정 / 발길도 마음 길도 이렇게 가벼우니”
여기서 태양은 외부의 빛이 아니라
내면의 의지를 환히 밝히는 존재다.
그것은 단지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내리는 조용한 약속이다.
“오늘 하루도 즐겁지 않을까”라는 자문은 의심이 아닌 희망이며,
그의 오랜 공직 생활과 삶의 무게를 통과한 자만이 건넬 수 있는
담백한 낙관이다.
박철언 시인의 이력은 이미 말보다 무거운 이름이다.
윤동주문학상 대상, 예이츠문학대상 수상, 국정의 현장을 오래 지켜온 정치인, 행정가, 그리고 법조인.
그러한 삶을 살아낸 이가 ‘새 아침’이라는 정갈한 시어로 삶을 다시 쓰는 일은 문학이라는 무대 위에서 가장 겸허한 배역을 자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박철언 시인의 시는 소란하지 않다.
그의 언어는 드러나지 않으면서
속으로 뿌리를 깊이 내린다.
〈새 아침을 열면서〉는 시인이 오늘도 살아내는 한 편의 선언이며,
말없이 빛나는 이들의 마음을 대신하는 조용한 축복이다.
그는 삶의 격랑을 건넌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고요를 이 시 한 편에 정갈히 담아낸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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