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라 시인의 시 《붉푸른 고요》 ㅡ파랑의 맥박, 맨발의 사유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장한라 시인의 시 《붉푸른 고요》 ㅡ파랑의 맥박, 맨발의 사유 2026.02.27
□ 2026,2, 27, 금 ㅡ제주일보에 게재에 된
장한라 시인 시 《붉푸른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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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푸른 고요
시인 장한라
맨발로 거니는
비양도 코발트블루
눈길 닿은 파랑이 둥글게 품어 안은
허전한 빈손마저도
붉푸르게 차오른다
□ 장한라 시인

□ 제주도 애월 앞바다가 내려다 뵈는
장한라 시인의 집필실 및 [시와 실천] 출판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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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라 시인의 시 《붉푸른 고요》
ㅡ파랑의 맥박, 맨발의 사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장한라 시인의 시 《붉푸른 고요》는 짧다. 그 짧음 속에 한 인간이 자연과 맞닿으며 얻는 치유의 순간이 응축되어 있다.
맨발,
비양도,
코발트블루.
이 세 단어만으로도 시의 공간은 이미 열려 있다. 화려한 수사 대신 감각의 밀도로 승부하는 시다.
“맨발로 거니는 /
비양도 코발트블루.”
이 첫 구절은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니다. 맨발은 무장 해제된 상태이며, 존재가 자연 앞에 스스로를 내려놓는 태도다. 비양도의 코발트블루는 색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깊이이며, 시간의 층위이며, 제주가 간직한 원초적 숨결이다.
눈길이 닿는 파랑이 둥글게 품어 안는다는 표현은 자연이 인간을 감싸 안는 형국이다. 이때 파랑은 차가운 색이 아니라 포용의 색이다.
시인은 자평自評에서 말한다.
파도를 가까이하고 맨발로 모래알 감촉을 느끼다 보면 새로운 하루의 좋은 기운을 받는다고. 맨발로 땅을 밟을 수 있음은 복된 일이라 한다.
이는 단순한 체험담이 아니다. 자연과의 접촉을 통해 존재의 균형을 회복하는 삶의 철학이다.
해변뿐 아니라 제주가 품은 올레길을 맨발로 걷는 일은 건강을 다지는 행위이자, 마음을 씻는 의식이다.
이 시의 배경에는 그러한 삶의 태도가 놓여 있다.
“허전한 빈손마저도 /
붉푸르게 차오른다.”
이 마지막 구절은 이 시의 정수精髓다.
빈손은 결핍의 상징이다.
그 빈손이 붉푸르게 차오른다는 역설은 치유의 순간을 드러낸다.
‘붉푸르다’는 ‘파랑’과 ‘붉음’의 결합이다. 차가움과 따뜻함, 고요와 생동이 동시에 공존한다. 장한라 시인은 고요를 정적이 아니라 에너지로 이해한다. 파도처럼 차오르는 치유의 힘, 그 힘이 고요 속에서 태어난다.
이 시의 미의식은 절제에 있다.
감탄을 남발하지 않고, 자연을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맨발의 감촉을 통해 존재의 본질에 접근한다. 특별한 장소와 한순간이 가진 치유의 힘을 그는 믿는다.
그 힘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기적이 아니다. 자연과 맞닿을 때 스스로 회복되는 생의 리듬이다.
장한라 시인의 시 세계는 제주라는 공간과 분리될 수 없다.
그것은 관광의 시가 아니다. 제주의 파랑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시다. 붉푸른 고요는 색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허전함조차도 차오르게 만드는 힘, 그것이 자연의 품이며, 시인의 사유다.
이 짧은 시는 말한다.
맨발로 땅을 밟는 일, 파도를 가까이하는 일, 고요를 견디는 일. 그것이 곧 복된 삶이며, 회복의 시작이라고. 장한라 시인은 군더더기 없이 그 순간을 이끌어 올린다.
그 고요는 파도처럼, 읽는 이의 마음에도 천천히 번져간다.
□
파랑 위에 서는 사람, 장한라 시인
청람
비양도의 파랑 위를
맨발로 천천히 건너는 사람
그대의 발끝에 먼저
바다가 숨을 고른다
코발트블루 깊이 속에서
고요의 결을 읽어내는 눈빛
허전한 빈손조차
빛으로 물들이는 붉푸른 숨
파도는 그대의 사유를 닮아
밀려와도 요란하지 않고
물러가도 고요를 남긴다
제주의 바람이 스칠 때마다
그대의 어깨 위에 한 줄 시가 놓인다
차가움과 따뜻함을 함께 품은 색채
침묵 속에서도 살아 있는 맥박
오늘도 바다와 나란히 서서
빈손으로 충만을 이루는 시인이여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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