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라 시인의 제주 애월 앞바다 ㅡ 둔덕 위의 저녁 ㅡ청람 김왕식
장한라 시인의 제주 애월 앞바다 ㅡ 둔덕 위의 저녁 202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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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라 시인의 제주 애월 앞바다
둔덕 위의 저녁
청람 김왕식
애월 바다 내려다보이는 둔덕 위
작은 이층 서재에
저녁빛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바닷바람은 창을 스치고
파도는 먼 곳에서 숨을 고른다
그 안에서
아흔의 어머니와
환갑의 딸은
손을 맞잡고 앉아 있다
주름진 손과
세월을 건너온 손이
따뜻하게 겹쳐진다
말은 많지 않다
눈빛이 먼저 안부를 묻고
미소가 먼저 대답한다
돋보기 너머로
어머니는 딸을 바라보고
딸은 그 시선을
가슴으로 받아 안는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 자리에서
세월은 더 이상 흘러가지 않는다
딸의 숨결 속에
어머니의 젊은 날이 스미고
어머니의 맥박 속에
딸의 오늘이 고요히 앉는다
사랑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일
그렇게
노모와 딸은
손을 잡고
가슴을 맞대고
하루의 끝을
조용히 건너간다
바다는 멀리서 출렁이지만
둔덕 위 작은 서재 안에는
세상보다 깊은
한 가족의 평온이 흐른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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