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시인의 시 《우리사랑》 ㅡ 스밈과 견딤의 사랑 미학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박정민 시인의 시 《우리사랑》 ㅡ 스밈과 견딤의 사랑 미학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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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
시인 박정민
당신은 영롱한 아침 이슬 아니었으면 좋겠어
나는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밟혀도 으스러지지 않는
노란 민들레처럼
커다랗게 웃는 해바라기처럼
하이얀 백합처럼 피어나는 향기
쉽게 달구어지는 노란 냄비 아니라
구수하게 품어주는 투가리 속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처럼
타닥타닥 장작불에
천천히 달구어지는 무쇠솥
누룽지처럼 깊은 향이 살아있는 그런 사랑이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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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시인의 시 《우리사랑》
ㅡ 스밈과 견딤의 사랑 미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시인 박정민의 《우리 사랑》은 덧없음을 알기에 더욱 깊어지는 사랑의 결을 노래한 작품이다. 영롱한 이슬과 달맞이꽃의 찰나적 아름다움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곧 스러질 운명을 알기에 더 오래 머무는 사랑의 온기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시인의 사랑 인식은 조용하면서도 단단하다. 다음은 단락별로 살핀 구체적 의미다.
첫 연에서 제시되는 “영롱한 아침 이슬”과 “달맞이꽃”은 순간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동시에 상징한다. 이슬은 햇살이 비치면 곧 사라지고, 달맞이는 밤이 지나면 시들어버린다.
시인은 이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다정히 불러낸 뒤,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표현으로 거리를 둔다. 이는 순간의 설렘을 부정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그 이후까지 남는 사랑을 바라는 소망의 표현이다.
즉 사랑을 찰나의 빛이 아니라 오래 이어지는 숨결로 보고자 하는 의지다.
둘째 연에서 민들레·해바라기·백합의 이미지가 이어진다. 여기서는 사랑의 속성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민들레는 끈질긴 생명력을, 커다랗게 웃는 해바라기는 환대와 개방성을, 하얀 백합의 향기는 고요한 품위를 상징한다.
이 세 가지 이미지는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견딤과 너그러움, 맑은 지속성으로 이루어짐을 보여준다. 시인의 미의식은 화려한 비유보다 친숙한 자연의 상징을 통해 오래 머무는 감각을 구축하는 데 있다.
셋째 연에서는 일상적 사물의 비유가 등장하며 시의 결이 더욱 따뜻해진다. 노란 냄비 대신 투가리 속 된장찌개를 말하는 대목은 시인의 가치철학을 잘 보여준다.
금세 달아오르고 식어버리는 감정보다, 천천히 끓으며 오래 품어내는 온기를 더 신뢰하는 태도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까지 떠오르게 하는 이 표현은 사랑을 생활의 온기 속으로 끌어내리며, 삶과 분리되지 않는 관계의 본질을 강조한다.
마지막 연의 무쇠솥과 누룽지는 시 전체를 깊게 묶는 상징이다. 장작불에 천천히 달궈지는 무쇠솥은 오래 견디는 마음의 그릇이며, 누룽지는 시간 속에서야 비로소 생겨나는 깊은 향이다.
이는 사랑이 빠르게 타오르는 열정이 아니라, 느린 시간 속에서 익어가는 정성임을 드러낸다. 이때 시인의 미학은 ‘느림’과 ‘스밈’에 있다.
시인은 소박한 고유어와 생활의 비유를 통해 오래 남는 사랑의 온도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전하고 있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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