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민 박철언 시인의 《공존의 계절》 — 순리의 언어로 건너는 마음의 계절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청민 박철언 시인의 《공존의 계절》 — 순리의 언어로 건너는 마음의 계절 202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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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계절
시인 박철언
무겁게 가라앉은 겨울 한쪽
흙을 뚫고 올라오는 통통 튀는 봄
칼바람과 봄바람 사이
땅속에서도 나뭇가지에서도
자꾸 경계 넘어오는 움
햇살에 눈부신 잔설殘雪 한쪽
뭉쳤던 물길 양지부터 풀리니
묶였던 생명도 제방향 찾아 흐른다
엉거주춤한 풍경 속에서도
깊게 굳었던 표정 푼 하늘
넉넉해진 햇살과 따스한 바람 보내니 힘찬 직진을 가리키는 계절의 이정표
대자연의 순리로 가벼워진 내 마음 봄하늘 맘껏 날아오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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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민 박철언 시인의 《공존의 계절》
— 순리의 언어로 건너는 마음의 계절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철언 시인의 《공존의 계절》은 자연의 이행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단정한 서정이다.
무겁게 가라앉은 겨울과 통통 튀며 올라오는 봄을 나란히 놓는 첫 구절은 이 시의 중심 원리를 드러낸다. 겨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고, 봄은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스며든다.
공존이라는 제목은 곧 이 시의 사유 방식이다. 대립은 없고, 전환만 있다.
한평생 공직자이자 법조인으로 살아온 시인의 이력은 작품의 정서적 기반이 된다. 긴장과 절제를 요구받던 시간 속에서도 그는 시 한 줄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 경험은 이 시의 언어를 단단하게 만든다. 과장하지 않고, 조용히 흐른다. 칼바람과 봄바람 사이에서 움트는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오래 견딘 사람만의 침착함이 있다.
“자꾸 경계 넘어오는 움”이라는 표현은 특히 인상적이다. 생명은 허락을 기다리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넘어온다.
이 장면은 시인의 삶과도 겹친다. 공직의 무게를 내려놓은 뒤 문학으로 건너온 지금의 시간 역시 하나의 순리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문학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오래 준비된 귀환이다.
햇살에 눈부신 잔설과 풀리는 물길의 이미지는 응축과 해방의 대비를 보여준다. 묶였던 것이 풀리고, 막혔던 것이 흐른다. 시인은 이를 감상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자연의 질서로 받아들인다. 이 태도는 그의 삶의 철학과 맞닿는다. 억지로 나아가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자세, 그것이 곧 그가 배운 순리다.
엉거주춤한 풍경 속에서도 하늘이 표정을 푼다는 구절은 이 시의 정서를 환히 연다. 세계는 이미 변하고 있다. 넉넉해진 햇살과 따스한 바람은 직진을 재촉하지 않는다. 방향만 가리킨다. 시인은 그 방향을 조용히 따른다.
마지막 연에서 가벼워진 마음으로 봄하늘을 날아오르겠다는 선언은 결코 경쾌한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무게를 내려놓은 사람의 담담한 결심이다.
박철언 시인의 시는 자연의 질서를 통해 인간의 시간을 말한다. 절제된 언어, 순리에 대한 신뢰, 늦게 찾아온 자유의 평온. 그 모든 것이 이 작품 속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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