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라 시인의 《각재기국》 — 토박이 말의 숨결로 끓여낸 섬의 기억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장한라 시인의 《각재기국》 — 토박이 말의 숨결로 끓여낸 섬의 기억 202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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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재기국
시인 장한라
뚝배기 하나 불 올려신디
내장 뺀 각재기 뽁뽀글 허여
배춧잎 하영 넣어수다
된장 호꼼 풀고 국간장 두르곡
국물 보멍 소금 맞추는 거우다
배추 풋고추 야코죽언 보민 되쿠다
국도 성질 이서 급허민 안 되젠
푹 괴어 붉은 고추 다진 마늘
이추룩 먹고정 허여
“크으” 소리 절로 나와 불고
사름 속이 먼저 풀려수다
각재기 비린내도 배춧잎 품에 안겨
어울령 더울령 말이 어수다
게나저나
제주도 오민 각재기국 꼭 먹어봅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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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라 시인의 《각재기국》
— 토박이 말의 숨결로 끓여낸 섬의 기억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장한라 시인의 《각재기국》은 한 그릇 국을 통해 제주 사람살이의 숨결을 고스란히 되살린 작품이다. 이 시의 첫머리부터 들려오는 토속어의 울림은 설명을 앞세우지 않는다.
“불 올려신디”, “하영 넣어수다”, “보멍 맞추는 거우다” 같은 말씨는 꾸밈이 아니라 삶 그 자체다.
시인은 언어를 꾸미지 않는다. 대신 토박이 말의 결을 그대로 살려 섬의 기운을 전한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향토시가 아니라 살아 있는 말의 기록이며 문화의 보존이다.
각재기국이 끓는 과정은 곧 제주 사람의 살림살이다. 뚝배기 하나 올려놓고 내장 뺀 각재기를 넣고 배춧잎을 듬뿍 얹어 된장 풀고 국간장 두르는 손길.
이 소박한 흐름 속에는 오랜 살림의 지혜와 넉넉한 마음씨가 스며 있다. “국도 성질 이서 급허민 안 되젠”이라는 구절은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 삶의 태도를 말한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익혀야 제맛이 난다는 깨달음은 곧 인생을 대하는 시인의 철학이다.
장한라 시인은 토속어를 단순한 표현 수단으로 쓰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삶의 뿌리로 삼는다. 각재기의 비린내조차 “배춧잎 품에 안겨 어울령 더울령” 된다는 구절에서 드러나듯, 그의 시선은 언제나 포용으로 향한다. 거친 것도 품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며 사람살이의 길이라는 믿음이 여기에 놓여 있다.
이 시의 미의식은 무엇보다 소박함에 있다. 화려한 수사를 찾지 않는다. 구수한 말맛과 살가운 숨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확신이 있다.
하여 ,《각재기국》은 읽는 이의 입안에 먼저 온기를 남기고, 이내 마음속을 데운다.
마지막의 “꼭 먹어봅서양”이라는 권유는 단순한 안내가 아니다. 그것은 제주를 이해하는 가장 따뜻한 길을 내어주는 초대다.
장한라 시인의 시는 토속어를 지키는 일 자체가 곧 인간을 지키는 일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토박이 말의 숨결, 삶의 체온, 섬의 기억이 한데 어우러진 이 작품은 그래서 하나의 보물이다. 절제된 문장 속에 스민 깊은 정감과 전통에 대한 애정이 이 시를 오래 남게 한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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