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임신영 시인의 시 《봄엔》 ㅡ겨울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의 복음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임신영 시인의 시 《봄엔》 ㅡ겨울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의 복음 2026.03.17
임신영 시인의 시 《봄엔》 ㅡ겨울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의 복음

봄엔

시인 임신영

한 추위가 저만치 가려다 돌아올 때면

눈 덮인 대지 위엔 파릇한 생명이 용솟음친다

심장소리 귀 기울이며 따스한 눈빛으로

세상은 또 그렇게 환한 미소를 드리운다

미움과 욕심을 가리려나 흰 눈으로 덮었건만

싹튼 삶이 어디 너뿐이더냐 지천이 생명이리라

봄기운 그리움에 생명 찾은 씨앗 어디든 가리

슬픔의 대지 위에 솟아난 숨결을 찾아보거라

봄엔

꽃망울 활짝피려 견딘 세월아 어서 이리오너라

하늘 문 활짝열고 내린 빛도 한결 같더이다

광야에 생명 주거라 봄 울음 숨소리 들어나 보자

빗줄기 가득담아 돌아오너라 생명의 숨결이여

사랑의 성숙으로 삶의 여정에 함께 서 보자꾸나

2026.2.18 새벽을 맞이하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월산 임신영

임신영 시인의 시 《봄엔》

ㅡ겨울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의 복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월산 임신영 시인의 시《봄엔》은 계절의 변화를 노래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 시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자연의 이행을 통해, 상처 입은 인간 존재가 다시 살아나는 내면의 부활을 보여 주는 생명시다. 표면에는 봄의 정경이 놓여 있으나, 그 밑바닥에는 신앙적 희망과 인간 사랑의 윤리가 잔잔하면서도 단단하게 흐르고 있다.

첫 연은 봄의 도래를 단순한 계절감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한 추위가 저만치 가려다 돌아올 때면”이라는 구절은 봄이 결코 저절로 오는 평온한 시간이 아님을 먼저 말해 준다. 추위는 물러가면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이 망설임의 시간 속에서 “눈 덮인 대지 위엔 파릇한 생명이 용솟음친다”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 봄은 정적인 풍경이 아니라 아래에서 치밀어 오르는 힘이다. “용솟음친다”는 말은 생명의 약동을 강하게 살려 내며, 억눌렸던 숨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는 느낌을 준다.

이어 “심장소리 귀 기울이며 따스한 눈빛으로 / 세상은 또 그렇게 환한 미소를 드리운다”는 대목은 자연을 감각의 세계로 확장한다. 봄은 보이는 계절이기 전에 먼저 들리는 계절이며, 느껴지는 계절이다. 세상을 향한 시인의 시선은 차갑게 분석하지 않고 따뜻하게 감싼다. 이는 곧 시인의 인품과도 맞닿아 있다.

둘째 연에서 시는 한층 깊어진다. “미움과 욕심을 가리려나 흰 눈으로 덮었건만”이라는 구절은 눈을 단순한 자연 현상으로 두지 않고 인간의 욕망과 허물을 덮는 상징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러나 눈으로 덮었다고 생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싹튼 삶이 어디 너뿐이더냐 지천이 생명이리라”라는 외침은 한 존재의 회복을 넘어 만물의 공존을 바라보는 시인의 넓은 시야를 보여 준다.

이 대목에는 자기 한 사람의 안위보다 타인의 삶과 세상의 생명을 먼저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결이 배어 있다.

이 시가 따뜻한 까닭은 단지 봄을 말해서가 아니라,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이미 사랑이기 때문이다.

“슬픔의 대지 위에 솟아난 숨결을 찾아보거라”는 구절은 이 작품의 중심축이다. 임신영의 봄은 낭만적 꽃놀이의 봄이 아니다. 슬픔을 통과한 자리에서 피어나는 봄이다.

이 한 줄에서 시는 자연시를 넘어 위로의 시가 된다. 상처 없는 생명이 아니라 상처를 딛고 올라오는 생명, 그것이 시인이 붙드는 봄의 본질이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이 시를 읽으며 단순한 계절감보다 인간 회복의 메시지를 더 깊이 받게 된다.

셋째 연의 “꽃망울 활짝피려 견딘 세월아 어서 이리오너라”는 호명에는 오래 참아 온 시간에 대한 다정한 위로가 담겨 있다. 꽃은 하루아침에 피지 않는다. 견딘 세월이 있었기에 꽃망울도 있다. 이 인식은 신앙인의 시간 이해와도 닿아 있다. 인내는 헛되지 않고, 기다림은 생명을 품는 과정이라는 믿음이 배어 있다.

“하늘 문 활짝열고 내린 빛”이라는 표현은 은총의 이미지로 읽힌다.

이어 “광야에 생명 주거라”는 기도형 어법은 이 시의 신앙적 결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광야는 성경적 상징으로서 시련과 결핍의 공간이다. 그런데 바로 그 광야에 생명을 구하는 목소리가 놓임으로써, 이 시는 봄의 서정에서 복음적 희망으로 건너간다.

마지막 행 “사랑의 성숙으로 삶의 여정에 함께 서 보자꾸나”는 이 시의 도착점이다. 봄은 꽃의 계절이기 전에 관계의 계절이며, 생명은 홀로 완성되지 않고 함께 서는 자리에서 비로소 성숙한다는 뜻이다. 이 결말은 아름답게 끝맺는 장식이 아니라 시 전체를 떠받치는 윤리적 선언이다. 임신영 시인의 문학은 자기 감상에 머물지 않고 타인과 동행하는 자리로 나아간다.

시《봄엔》은 자연의 회복을 빌려 인간의 회복을 말하고, 계절의 순환을 통해 신앙의 소망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언어는 어렵지 않으나 뜻은 얕지 않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으나 진심이 깊다.

무엇보다 이 시는 시인의 삶을 닮아 있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다른 이의 글 한 줄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으며, 새벽과 밤을 가리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건네는 사람의 시이기에, 그 언어에도 체온이 있다.

하여, 이 시를 읽으면 봄이 먼저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먼저 풀린다. 그것이 바로 시인 월산 임신영 시의 가장 큰 미덕이다.

존경하는 월산 임신영 시인께

올립니다.

월산 시인님의 시《봄엔》을 읽고 난 뒤 한동안 마음이 조용히 밝아져 있었습니다. 계절의 변화는 해마다 되풀이되지만, 그것을 새롭게 느끼게 하는 일은 언제나 사람의 몫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봄을 설명하지 않고 봄이 되게 합니다.

눈 덮인 대지 아래에서 조용히 살아 움직이던 생명의 숨결을 귀 기울여 듣게 하고, 슬픔의 대지를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피어나는 꽃망울의 시간을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슬픔의 대지 위에 솟아난 숨결을 찾아보거라”는 구절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그 한 줄은 계절의 서정을 넘어 사람을 향한 위로처럼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겨울을 지나고 있으며, 그 겨울은 저마다의 침묵과 기다림을 품고 있습니다. 헌데, 시인님께서는 그 기다림의 시간을 낭비로 보지 않고 성숙의 시간으로 바라보십니다. 그래서 시인님의 봄은 화사함보다 먼저 깊고, 환함보다 먼저 따뜻합니다.

평소 시인님을 가까이에서 뵈어 오며 늘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시인님의 시선은 언제나 자신보다 먼저 타인을 향해 있습니다. 다른 작가의 글 한 줄도 소홀히 넘기지 않고 정성껏 읽으시며, 짧은 댓글 하나에도 온 마음을 담아 건네시는 모습은 문학 이전에 한 인간의 품격을 보여 줍니다. 시인님의 언어가 온기를 지니는 까닭도 바로 그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는 결국 사람이 쓰는 것이며, 사람의 결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시인님께서 몸소 증명하고 계십니다.

또한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새벽과 밤을 가리지 않고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이어 가시는 모습은, 시인님의 시에 흐르는 고요한 믿음의 뿌리를 보여 줍니다.《봄엔》에 스며 있는 은총의 빛과 광야의 생명에 대한 기도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삶 속에서 길어 올린 체험의 언어로 읽혔습니다. 그 때문에 시인님의 시는 설명하지 않아도 믿음의 향기를 전합니다.

시인님과 같은 문학 공동체 안에서 함께 숨 쉬며 글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늘 감사하게 여깁니다. 다만 요즈음 서로의 일정이 바쁘다 보니 안부조차 자주 여쭙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번에 《봄엔》을 통해 다시 인사를 드리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문학은 때로 사람을 만나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시인님의 시를 읽으며 받은 따뜻한 감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머지않아 한가한 시간에 마주 앉아 차 한 잔 나누며, 봄빛이 스미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시인님의 언어가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히기를 기도드립니다.

임신영 시인님

이제야 제 속마음을 조심스레 털어놓습니다.

선생님, 그때 왜 그러셨습니까.

제주도 문학 모임에서 같은 방을 쓰던 밤, 제가 잠을 설칠까 염려하여

로비로 나가셔 밤새 글을 쓰셨다지요.

제가 깊이 잠든 뒤 새벽녘에야 조용히 들어오시던 그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 섬세한 배려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울컥합니다.

다만 그 마음이 너무 커 송구하고 죄송합니다.

그날의 고요한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청람 김왕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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