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구 시인의 시 《춘분》 ㅡ빛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경계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강순구 시인의 시 《춘분》 ㅡ빛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경계 2026.03.25
□ 강순구 시인의 시 《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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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春分
시인 강순구
낮과 밤
같아지는
춘분에 햇볕 쨍쨍
진달래 꽃망울을
터뜨려 방긋방긋
담장 길 개나리꽃도
활짝활짝 웃는다
겨울을 밀어내고
춘분은 봄 손잡고
저 멀리 언덕배기
총총총 걸어가고
강변길 한 나그네는
그리움에 울컥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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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구 시인의 시 《춘분》
ㅡ빛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경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어떤 시는 계절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계절이 인간의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붙잡는다.
강순구 시인의 《춘분》은 바로 그 경계의 시간, 낮과 밤이 서로를 닮아가는 찰나刹那를 통해 존재의 미묘한 떨림을 드러낸다.
첫 연은 “낮과 밤 / 같아지는 / 춘분에 햇볕 쨍쨍”이라는 간결한 진술로 시작된다. 여기에는 자연의 질서에 대한 인식과 함께, 균형이라는 상징이 놓여 있다. 낮과 밤이 같아진다는 것은 단순한 시간의 분할이 아니라, 상반된 것들이 잠시 화해하는 순간이다. 이때의 햇볕은 단순한 빛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또렷하게 빛난다.
이어지는 “진달래 꽃망울”과 “개나리꽃”의 연속된 개화 장면은 생명의 확장을 밝은 리듬으로 펼쳐 보인다. “방긋방긋”, “활짝활짝”이라는 반복적 표현은 시 전체에 생동하는 숨결을 불어넣는다. 강순구의 언어는 어렵지 않다. 그 단순함 속에는 생명의 기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결한 시선이 깃들어 있다. 자연은 여기서 장식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감정의 표정이다.
가운데 부분에서 “겨울을 밀어내고 / 춘분은 봄 손잡고”라는 구절은 계절의 교체를 의인화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하나의 관계로 형상화한다. 겨울과 봄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존재다. ‘손잡고’라는 표현은 단절이 아니라 이행이며, 끝이 아니라 연결이다.
이는 삶의 국면들이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은근히 암시한다.
마지막 연은 이 시를 단순한 계절시에서 존재의 시로 끌어올린다. “강변길 한 나그네는 / 그리움에 울컥울컥..”
이 장면에서 자연의 밝음은 인간의 내면으로 스며든다. 꽃은 웃고 햇살은 빛나지만, 인간은 울컥한다.
이 대비는 이 시의 핵심이다. 자연은 늘 제 자리를 지키며 순환하지만, 인간은 그 안에서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흔들린다.
시인 강순구의 시 세계는 신앙을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도, 그 바탕에 깊은 영적 감각을 깔아 둔다.
이 작품에서도 춘분이라는 균형의 시간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영적 계기로 작용한다. 낮과 밤이 같아지는 순간, 인간의 마음 또한 기쁨과 그리움 사이에서 조용히 균형을 찾는다.
시 《춘분》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이 계절을 따라 흔들리는 방식을 보여 주는 시다.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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