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박철언 시인의 시《봄비》 ㅡ소리 없는 위로의 물결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박철언 시인의 시《봄비》 ㅡ소리 없는 위로의 물결 2026.03.25
박철언 시인의 시《봄비》 ㅡ소리 없는 위로의 물결

□ 박철언 시인

봄비

시인 박철언

비가 내린다

봄비

온종일 소리없이

내린다

앙상한 가지에 물이 오르고

촉촉해 지는대지에

흙 내음이 좋다

안개 자욱한 산책길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달달한 봄바람 향기

겨우내 외로움에 떨던

아픈 가슴에

포근하게 젖어든다

새싹들의 기지개 소리가 들리는

동네 공원 화단에 사륵사륵

종일토록 내리는 봄비

박철언 시인의 시《봄비》

ㅡ소리 없는 위로의 물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비는 때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박철언 시인의 《봄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그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비가 인간의 내면에 닿는 순간을 조용히 포착해낸다.

첫 연의 “온종일 소리없이 / 내린다”는 진술은 이 시의 전체 정서를 규정한다. 여기서 봄비는 요란하지 않다. 외려 들리지 않음으로써 더 깊이 존재한다. 강하게 내리는 비가 아니라, 오래 머무르며 스며드는 비다. 이 조용함은 곧 위로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앙상한 가지에 물이 오르고 / 촉촉해지는 대지”는 생명의 회복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특히 “흙 내음이 좋다”는 구절은 감각의 중심을 시각에서 후각으로 옮기며, 독자가 직접 봄을 체험하게 만든다. 박철언 시인의 시는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가장 기본적인 감각을 통해 생명의 변화를 담담하게 전달한다.

중반부의 “안개 자욱한 산책길”과 “달달한 봄바람 향기”는 공간과 공기를 부드럽게 확장시킨다. 이 장면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 상태가 된다. 안개는 경계를 흐리고, 바람은 기억을 흔든다. 그 사이에서 인간의 마음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이 시의 중심은 “겨우내 외로움에 떨던 / 아픈 가슴에 / 포근하게 젖어든다”에 있다. 여기서 봄비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치유의 매개로 전환된다. 겨울의 시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고립과 고통의 시간이며, 봄비는 그 시간을 통과한 존재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젖어든다’는 표현은 치유가 한순간의 사건이 아니라 서서히 이루어지는 과정임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 연의 “새싹들의 기지개 소리”는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게 하는 시적 상상력의 결실이다. 실제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사륵사륵’이라는 의성어로 환기하며, 생명이 깨어나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구체화한다.

이때 봄비는 단순히 내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깨우는 리듬으로 작용한다.

박철언 시인의 시는 말이 많지 않다. 그 적은 언어 속에는 삶을 오래 견딘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깊이가 스며 있다. 그의 시는 설명하지 않고, 자연의 결을 따라 조용히 마음을 이끈다.

시 《봄비》는 비를 노래한 시가 아니다.

그것은 상처 난 마음이 다시 젖어 살아나는 과정을 그린 시다.

소리 없이 내리는 이 비는,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머문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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