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막을 수 없는 것들의 명랑한 탄생 — 이인애 시인의 봄은 웃으며 터진다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막을 수 없는 것들의 명랑한 탄생 — 이인애 시인의 봄은 웃으며 터진다 2026.04.02
막을 수 없는 것들의 명랑한 탄생  — 이인애 시인의 봄은 웃으며 터진다

□ 이인애 시인

불가항력의 변

시인 다정 이인애

때이른 봄날 바람난 벚꽃

늦추위가 태클을 걸지라도

연신 헤프게 벙그는 꽃봉오리

불거질 대로 불거진 숨결이

순식간에 물밀듯 여봐란듯

터져 나옴은 불가항력이었다

가득 찬 열망에 몸살을 앓듯

무시로 커져만 가는 그리움

어느결 내 마음 한편을

깊숙이 차지한 그대라는 별

나의 절절한 애태움 또한

봄 물결처럼 그렇게 막을 수 없다

막을 수 없는 것들의 명랑한 탄생

— 이인애 시인의 봄은 웃으며 터진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인애 시인은 호방하고 유쾌하다.

시는 시인을 닮는다 했다.

이 시가 유쾌한 것은 기교 때문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억누르지 않는다.

이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참지 않음’의 미학으로 밀고 나간다.

시 《불가항력의 변》은 봄을 묘사하는 시가 아니라, 넘쳐나는 생명의 변명을 가장 유쾌하게 성공시킨 작품이다.

“때이른 봄날 바람난 벚꽃”이라는 첫 구절부터 이미 긴장이 풀린다. 벚꽃은 더 이상 고고한 자연물이 아니다. ‘바람난’ 존재로 호명되는 순간, 자연은 인간의 감정과 맞닿고, 시는 단숨에 생동한다. 여기에는 꾸밈없는 해학이 있다. 자연을 높이지 않고 끌어내림으로써 외려 더 가까이 붙잡는 방식이다.

이어 “늦추위가 태클을 걸지라도”라는 표현은 이 시의 어조를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계절의 충돌을 ‘태클’로 번역하는 감각은 무겁지 않다. 봄과 겨울의 긴장을 비극으로 끌고 가지 않고, 가벼운 몸짓으로 흘려보낸다.

이때 시는 설명하지 않고, 장면을 웃으며 보여준다.

“연신 헤프게 벙그는 꽃봉오리”에서 ‘헤프게’라는 단어는 압권이다. 절제된 미학을 따르지 않는다. 아끼지 않고 터뜨리는 생명의 방식,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가 드러난다.

여기서 꽃은 품위 있는 대상이 아니라, 참지 못해 웃어버리는 존재에 가깝다.

이 흐름은 “불거질 대로 불거진 숨결”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더 이상 숨기지 않는다. 안으로 눌러 담는 대신,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여봐란듯 터져 나옴은 불가항력이었다”라는 선언으로 시는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이 ‘불가항력’은 변명이 아니라, 존재의 필연이다. 봄은 참을 수 없는 상태이며, 그 터짐은 이미 예정된 일이라는 인식이다.

후반부로 들어서면 자연의 서사는 곧바로 내면으로 이동한다. “가득 찬 열망”, “몸살”, “그리움”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그것은 직접적인 감정의 언어다.

이 시는 감정을 무겁게 끌고 가지 않는다.

앞서 구축한 유쾌한 리듬 속에서 그 감정을 흘려보낸다.

특히 “그대라는 별”이라는 표현은 익숙한 이미지임에도 진부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시가 이미 감정을 절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별은 멀리 있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내 마음 한편을 깊숙이 차지한” 현실적 존재다.

마지막 구절 “봄 물결처럼 그렇게 막을 수 없다”는 이 시의 결론이자, 가장 솔직한 고백이다.

이 고백은 비장하지 않다.

자연스럽다.

봄이 오듯, 꽃이 피듯, 감정도 터진다는 단순한 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인애의 시가 지닌 힘은 여기서 나온다. 그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숨기지 않는다. 해학은 가볍지만 얕지 않고, 유쾌함은 밝지만 비어 있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가 스스로를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다.

억지로 웃지 않는다.

다만 터질 때 웃는다.

그 웃음이 바로, 이 시가 가진 가장 정확한 품격이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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