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시인 시 《봄은 간다》 ㅡ놓쳐버린 계절의 얼굴 ㆍ 뒤늦은 깨달음의 슬픔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김선영 시인 시 《봄은 간다》 ㅡ놓쳐버린 계절의 얼굴 ㆍ 뒤늦은 깨달음의 슬픔 2026.04.05
□ 김선영 시인 ㅡ 제1 회 여성문학인 운문부문 대상 수상ㅡ 왼쪽 최균희 이사장, 가운데 김선영 시인 , 오른쪽 허영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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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간다
시인 김선영
꽃들하고 못한 말 너무 많은데
봄은 간다
그대와 못한 마음 너무 많은데
봄은 간다
봄은 간다
봄을 봄으로 맞이하지 못했는데
봄은 간다
봄의 진짜 얼굴 보지 못했는데
아
너무 일찍
봄은 간다

□ 김선영 시인의 시집 《달빛 해일》과 《풀꽃 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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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버린 계절의 얼굴
— 뒤늦은 깨달음의 슬픔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붙잡지 못한 시간만이 오래 남는다. 김선영 시인의 《봄은 간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가장 절제된 언어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첫 구절 “꽃들하고 못한 말 너무 많은데 / 봄은 간다”에서 이미 시의 방향은 분명해진다. ‘꽃들’은 대상이면서 동시에 시간이다. 피고 지는 순간을 함께 품은 존재, 그러나 그 앞에서 화자는 끝내 말을 건네지 못한다.
여기서 ‘못한 말’은 단순한 미완의 대화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지연이며, 감정의 유예다. 마음은 있었으나 건네지 못한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어지는 “그대와 못한 마음”은 더욱 깊다. 말보다 앞선 것이 마음이며, 그 마음조차 건네지 못했다는 고백은 존재의 가장 안쪽을 건드린다.
이때 반복되는 “봄은 간다”는 단순한 계절의 흐름이 아니다. 그것은 기회의 소멸이며,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단호한 진행이다.
시는 설명하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거듭 놓으며, 상실의 감각을 점점 더 깊게 가라앉힌다.
중반부의 “봄을 봄으로 맞이하지 못했는데 / 봄은 간다”는 이 시의 중심이다. 여기서 ‘봄을 봄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단순한 계절 인식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다. 그러나 화자는 그 자리에 이르지 못한다.
삶은 이미 흘러가고 있었지만, 그것을 삶으로 자각하지 못한 채 지나온 시간. 그 무심함이 뒤늦은 깨달음으로 돌아온다.
“봄의 진짜 얼굴 보지 못했는데”라는 구절은 더욱 절묘하다. ‘진짜 얼굴’이라는 표현은 봄을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하나의 본질로 드러낸다. 그 얼굴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보지 못했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이 부재가 외려 봄의 실체를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마지막의 “아 / 너무 일찍 / 봄은 간다”는 감탄과 단절이 함께 놓인 자리다. ‘아’라는 짧은 탄식은 설명을 멈추게 한다. 그 이후의 언어는 더 나아가지 않는다. 시는 그 자리에서 멈추며, 독자의 시간 속으로 스며든다.
김선영 시인의 시어는 놀라울 만큼 쉽다. 그 쉬움은 결코 가볍지 않다. 불필요한 것을 끝까지 덜어낸 언어는 더 깊은 결을 드러낸다.
반복되는 문장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리듬이 되고, 그 리듬은 상실의 감각을 점층적으로 확장한다.
이 시가 남기는 것은 하나다.
봄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봄을 알게 된다는 역설.
그리고 그 늦은 깨달음이,
다음 계절에도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깊고도 안온한 슬픔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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