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민 박철언 시인의 시 《시와 별》 ㅡ질서 너머의 빛, 숨결로 피어난 별의 언어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청민 박철언 시인의 시 《시와 별》 ㅡ질서 너머의 빛, 숨결로 피어난 별의 언어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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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별
시인 청민 박철언
시는 지상의 별
별은 천상의 시
하늘에 뜬 별이 흐르는 길
시가 되어 반짝이고
땅에 뿌린 시가 걷는 길
별이 되어 빛난다
지상의 별에도 천상의 시에도
오롯이 담겨 있는
바람이 품고 온 하늘의 안부
새소리가 물어다 준 지상의 안부
인생의 어느 곳을 진맥하여
어떤 아픔이 읽힌 시일까
계절의 어디쯤을 관통하여
어떤 설렘이 읽힌 별일까
천지 간에도 간절히 미치는 구심력으로
봄이 연둣빛으로 부풀어 오르니
시도 별도 화색이 돌아 꿈틀거리며
하나둘 선명하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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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시인의 시 《시와 별》
ㅡ질서 너머의 빛, 숨결로 피어난 별의 언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빛은 늘 먼 곳에서 오지만, 이 시에서는 외려 인간의 내면에서 먼저 발화된다. 청민 박철언 시인의 시 《시와 별》은 하늘과 땅이라는 이원적 공간을 단순한 대비로 두지 않고, 서로를 비추는 거울로 전환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하여, 시는 더 이상 언어의 산물이 아니라, 존재가 스스로를 發光하는 방식이 된다.
“시는 지상의 별 / 별은 천상의 시”라는 첫 구절은 정의가 아니라 선언이다. 이 짧은 문장은 시와 별을 교환 가능한 질서로 묶어낸다. 위와 아래, 현실과 이상, 인간과 우주가 서로를 비추며 동일한 본질로 수렴되는 순간이다.
이때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것이고, 별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읽히는 것이 된다.
이어지는 “하늘에 뜬 별이 흐르는 길 / 시가 되어 반짝이고”에서는 운동성이 부여된다. 별은 고정된 점이 아니라 흐르는 존재로 변환되고, 그 궤적은 곧 시의 문장이 된다.
반면, “땅에 뿌린 시가 걷는 길 / 별이 되어 빛난다”에서는 시가 생명의 씨앗처럼 發芽하여 다시 빛으로 환원된다. 이 상호 전환의 구조는 시를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이 시의 깊이는 중반부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바람이 품고 온 하늘의 안부 / 새소리가 물어다 준 지상의 안부”는 존재 간의 소통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한다. 바람과 새소리는 매개이자 증언이다. 보이지 않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을 연결하는 이 미세한 전달 체계 속에서, 시는 세계의 안부를 묻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인생의 어느 곳을 진맥診脈하여 / 어떤 아픔이 읽힌 시일까”라는 구절에 이르면, 시는 비로소 진단의 언어로 전환된다. 이는 단순한 서정의 차원을 넘어선다. 시를 통해 삶의 맥을 짚고, 별을 통해 시간의 떨림을 읽어내는 일. 여기서 시인은 관조자가 아니라, 삶의 내면을 더듬는 의사와도 같은 존재로 서 있다.
종결부의 “천지 간에도 간절히 미치는 구심력”은 이 시의 핵심 축이다. 흩어져 있던 모든 이미지와 의미를 한 점으로 끌어당기는 힘. 그 힘이 바로 봄이라는 계절로 형상화되며, “연둣빛으로 부풀어 오르니”라는 표현에서 생명의 팽창이 절정에 이른다. 시와 별이 동시에 “화색이 돌아 꿈틀거리며 / 하나둘 선명하게 피어난다”는 결말은, 존재가 스스로를 밝히는 순간의 환희를 절제된 언어로 완성한다.
누가 이 시를 한평생 공직자로, 법조인으로 살아온 이의 언어라 하였던가.
이 작품의 결은 직선이 아니라 숨결에 가깝고, 판결문이 아니라 빛의 떨림에 가깝다. 그 맑음은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다.
경북고의 청맥에서, 서울 법대의 치열한 사유 속에서, 고시의 긴 어둠을 통과하던 시간 속에서, 그는 이미 또 하나의 길을 함께 걸어왔다.
바쁜 일상의 틈, 숨조차 고르게 내쉴 수 없던 긴장 속에서도, 그는 세계를 놓지 않았고 마음의 여백을 시로 가꾸었다. 쉼을 흘려보내지 않고 시로 바꾸어 온 이 내면의 습관이, 마침내 언어를 빛으로 바꾸는 힘이 되었던 것이다.
법의 언어가 사실과 논리를 세우는 데 머문다면, 그의 시는 그 질서 깊은 곳에서 떨리는 삶의 미세한 결을 포착한다. 단단한 이성 위에 얹힌 부드러운 감각, 엄정함을 지나며 더욱 맑아진 시선, 그것이 이 작품을 가볍지 않게 하면서도 끝내 투명하게 만든다.
그의 시는 설명하지 않고 비추며, 주장하지 않고 스며든다.
윤동주의 별이 자기 마음의 순결을 향한 고요한 기도였다면, 이 시의 별은 존재와 세계를 이어주는 숨의 흐름이다.
별은 더 이상 먼 곳에 머무는 상징이 아니라, 인간 안에서 태어나 다시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빛의 흐름이다.
이 작품은 별을 노래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지나며 빛으로 바뀌는지를, 그 조용한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한 축적의 결과가 마침내 윤동주 문학상과 예이츠 문학상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한 사람의 삶 전체가 시의 밭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지금 이 작품은 그 수상의 이어짐이 아니라, 그 모든 시간을 바탕으로 다시 피어난 또 하나의 증거다.
단정한 삶이 어떻게 깊은 울림으로 완성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안온하고도 단단한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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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밤을 건너 별이 된 말
한 줄의 판결이 지워진 자리에서
말은 처음으로 숨을 얻습니다
차갑게 다듬어진 이성의 끝에
늦게 도착한 한 점의 떨림
그 떨림이
하늘을 부르는 방식이었음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지키던 질서가 풀리는 순간
안쪽에서 오래 묻혀 있던 빛이
조용히 떠오릅니다
시인님,
당신은 말을 쓴 것이 아니라
침묵을 끝까지 견디어
마침내 별을 밝혀냈습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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