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김지수 시인의 《잡초》 ㅡ비워낸 자리, 존재를 심다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김지수 시인의 《잡초》 ㅡ비워낸 자리, 존재를 심다 2026.04.16
김지수 시인의  《잡초》  ㅡ비워낸 자리, 존재를 심다

잡초

시인 김지수

보기 좋으라고

작은 건 뽑아 버렸습니다

혼자 높은 것은

꺾었습니다

까칠한 것은

가시를 잘랐습니다

꽃밭에

아무것도 없어서

나를 묻었습니다

김지수 시인의 《잡초》

ㅡ비워낸 자리, 존재를 심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정돈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제거의 행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이 작품은 끝까지 추적한다.

“보기 좋으라고”라는 첫 구절은 미적 기준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이유를 내세우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행위들은 점차 존재의 본질을 겨눈다. 작은 것은 뽑히고, 높은 것은 꺾이며, 까칠한 것은 다듬어진다.

차이를 지우는 손길은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기준의 폭력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잡초’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그것은 기준에 맞지 않는 존재, 혹은 사회적 질서 속에서 배제되는 모든 것의 은유다.

시는 그 배제의 과정을 차분하게 나열하면서도, 판단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 담담함이 더 큰 긴장을 형성한다.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진 선택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사라지게 하는지를 독자가 스스로 깨닫게 한다.

결정적인 전환은 마지막 연에서 이루어진다.

“꽃밭에 / 아무것도 없어서”라는 고백은 완벽을 추구한 결과가 공허에 이르렀음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나를 묻었습니다”는 이 시의 중심을 단숨에 뒤집는다. 제거의 주체였던 ‘나’가 결국 스스로를 대상화하여 묻히는 존재가 된다.

이 장면에서 시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존재론적 질문으로 나아간다. 무엇을 남기기 위해 무엇을 지워왔는가라는 물음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이 작품의 힘은 과잉을 철저히 배제한 데 있다.

짧은 문장, 단정한 어조, 절제된 이미지 속에서 사유는 외려 더 깊어진다.

특히 마지막 행은 설명 없이 도달한 결론이기에 더욱 강력하다. 그것은 반전이 아니라 필연이며, 동시에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자기 인식이다.

김지수 시인의 《잡초》는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많은 것을 드러낸다. 정리된 꽃밭이 아니라, 비워진 자리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존재의 무게를 보여준다.

이 시는 묻는 것이 아니라, 남겨둔다.

무엇이 진정으로 아름다운가를,

독자의 몫으로.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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