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영 시인의 시 《바람이라 그냥 지나갈까》 ㅡ바람 앞에 선 믿음의 자세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임신영 시인의 시 《바람이라 그냥 지나갈까》 ㅡ바람 앞에 선 믿음의 자세 2026.04.20
□ 임신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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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라 그냥 지나갈까
시인 임신영
세찬 바람이라 등지어 본다
뒤돌아서 실눈만 뜬다
역풍은 피하지 못했다
하늘 거리는 나무가 부럽다
희망을 품고 또 걸어가 본다
지나는 바람을 억새가 즐긴다
누군가 따스한 마음을 넘겨준다
숨었던 용기로 바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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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맞는 자리에서 드러나는 믿음의 결
— 임신영 시인의 시 《바람이라 그냥 지나갈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바람 앞에 선 한 인간의 태도를 통해, 삶과 신앙의 깊이를 절제된 언어로 드러낸 작품이다. 이 시에서 바람은 단순한 자연의 움직임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삶의 역풍이며 동시에 믿음을 시험하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한다.
“세찬 바람이라 등지어 본다 / 뒤돌아서 실눈만 뜬다”에서 시작되는 장면은 매우 솔직하다.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등을 보이는 태도, 그러나 완전히 외면하지 못해 ‘실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인간의 연약함을 꾸밈없이 드러낸다. 이 솔직함이 시의 첫 호흡을 단단하게 만든다.
이어 “역풍은 피하지 못했다”는 단정은 삶의 본질을 짚는다. 피하려 할수록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이 삶의 바람임을 간결하게 환기한다. 그 뒤에 놓인 “하늘 거리는 나무가 부럽다”는 구절은 인상적이다. 바람 속에서도 하늘을 향해 흔들리는 나무는 시련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존재의 상징이며, 그 부러움은 곧 지향의 고백이다.
중반부에 이르면 태도는 미묘하게 변한다. “희망을 품고 또 걸어가 본다”는 문장은 멈춤에서 움직임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특히 “지나는 바람을 억새가 즐긴다”는 구절에서 시는 자연의 질서를 통해 삶의 태도를 비춘다. 억새는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받아들이며, 그 흐름 속에서 오히려 존재를 드러낸다. 이는 신앙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저항이 아니라 수용, 버팀이 아니라 맡김의 미학이다.
마지막 연은 이 시의 도달점이다. “누군가 따스한 마음을 넘겨준다 / 숨었던 용기로 바람을 맞이한다”에서 바람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외부에서 건네진 따스함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내면에 잠들어 있던 용기를 깨우는 은혜로 작용한다. 그 순간, 바람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전환된다.
이 작품은 과장되지 않은 언어와 절제된 구조 속에서 삶과 신앙의 본질을 드러낸 데 있다. 시어는 평이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유는 깊다. 특히 ‘바람을 맞이하는’ 마지막 태도는 단순한 극복이 아니라, 존재의 방향을 바꾸는 내면의 성숙을 보여준다.
임신영 시인의 시는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언어다. 겸손과 성실, 그리고 깊은 신앙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이 시는 독자에게 설득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귀띔한다.
바람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것을 대하는 마음은 변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믿음이 놓여 있음을.
□
바람을 건너는 자리
등을 보이던 날의 어둠은
이미 지나간 기도의 뒤편이었습니다
피하지 못한 바람은
끝내 길이 되어 다가왔고
흔들림은 쓰러짐이 아니라
뿌리를 더 깊게 내리는 일이었습니다
억새처럼 몸을 낮추니
지나가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내 안의 두려움이었습니다
보이지 않게 건네진 따스함 하나
그 온기가 심장을 깨워
숨겨 두었던 빛을 일으켰습니다
바람은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건너가게 하는 손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돌아서지 않고 서 있습니다
바람 한가운데서
끝까지 견디며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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