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하늘에 있지 않았다 — 이영하 시인의 《나의 나침반, 우리 어머니》를 읽다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별은 하늘에 있지 않았다 — 이영하 시인의 《나의 나침반, 우리 어머니》를 읽다 202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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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침반, 우리 어머니
시인 이영하
어머니는 오래 전에 떠나셨지만
나는 아직도 삶의 길목마다 어머니를 만난다.
길을 잃고 흔들릴 때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괜찮다, 다시 가면 된다”
그 말 한마디가 바람 속의 나침반처럼 기울어진 마음을 바로 세운다.
어린 시절내 손을 잡아 건네주시던 골목길은 이제 세월 속으로 멀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어머니의 그림자 안에서 살아간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온기
늦은 밤까지 꺼지지 않던 기다림
자식 걱정으로 깊어지던 한숨까지
그 모든 사랑이 내 삶의 방향이 되었다.
세상은 자꾸 빠르게 변해도
내 마음의 북쪽은 변하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
끝내 돌아가고 싶은 이름
어머니는 내 인생이 길을 잃지 않도록
평생 나를 비추어 준 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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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하늘에 있지 않았다
— 이영하 시인의 《나의 나침반, 우리 어머니》를 읽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길을 잃는다.
그러나 더 두려운 것은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방향마저 잃어버리는 일이다.
이영하 시인의 《나의 나침반, 우리 어머니》는 바로 그 방향의 시다. 인간을 끝내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 주는 존재가 무엇인지를,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보여준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먼저 한 사람의 이력이 떠오른다.
창공을 지휘하던 3성 공군 장군. 수많은 판단과 결단의 순간 속에서 살아온 사람. 하늘의 방향을 읽고, 바람의 흐름을 계산하며, 흔들림 없는 기백으로 시간을 통과해 온 존재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 단단한 삶의 중심에 결국 ‘어머니’라는 가장 오래된 이름이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하여, 이 시는 단순한 모성의 노래가 아니다.
한 인간이 평생 붙들고 살아온 정신의 북극성에 대한 고백이다.
“괜찮다, 다시 가면 된다”
이 짧은 문장은 시 전체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어머니의 말은 거창한 철학도 아니고 화려한 교훈도 아니다. 그러나 삶의 본질은 대개 그렇게 낮은 문장에서 나온다. 인간은 완벽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으로 버텨낸다. 시인은 그 믿음의 최초의 목소리를 어머니에게서 들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절제다.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는다. 울음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대신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온기”, “늦은 밤까지 꺼지지 않던 기다림”, “자식 걱정으로 깊어지던 한숨” 같은 생활의 장면들을 조용히 놓아둔다.
그런데 바로 그 평범함 속에서 독자의 가슴은 무너진다. 위대한 사랑은 대개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의 희생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내 마음의 북쪽은 변하지 않는다”는 구절이다.
이 표현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군인의 언어와 시인의 언어가 한 지점에서 만나는 순간이다. 방향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곧 인간으로서의 근본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영하 시인은 어머니를 통해 자기 존재의 중심축을 말하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가치.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마지막 뿌리. 이 시의 깊이는 바로 거기에 있다.
마지막 행은 더욱 오래 남는다.
“평생 나를 비추어 준 별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별을 먼 하늘에서 찾는다.
시인은 슬며시 귀띔한다.
“자신을 가장 오래 비추어 준 별은 밤하늘에 떠 있던 별이 아니라, 평생 자식을 향해 등을 밝히고 살았던 어머니였다고.”
이영하 시인의 시에는 군인의 강단과 아들의 눈물이 함께 있다.
문(文)과 무(武)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강인함 속에 따뜻함이 있고, 기백 속에 효심이 있다.
해서, 그의 시는 단단하다. 흔들리지 않는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데도 깊다. 그것은 삶의 근본이 가슴 깊이 서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언어의 무게다.
오늘의 시대는 방향보다 속도를 더 중시한다. 어디로 가는가보다 얼마나 빨리 가는가이다.
이 시는 읊조린다.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북쪽이라고.”
끝내 돌아가고 싶은 이름 하나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쉽사리 길을 잃지 않는다.
그런 사람의 시는 오래 살아남는다.
마치 어두운 밤하늘에서 끝내 흔들리지 않는 작은 별빛처럼.
ㅡ 청람 김왕식
□
창공 끝에서도 사람을 잃지 않으신 분께
— 이영하 선생님께
청람 김왕식
선생님
사람들은 별을 높이서 찾지만
정작 어떤 별은
한 사람의 가슴 안에서 오래 빛난다는 것을
선생님의 시를 읽으며 알았습니다
창공을 가르던 세월 속에서도
선생님은
속도보다 방향을 먼저 품으셨습니다
하늘은 넓었으나
선생님의 마음은 그보다 더 깊었습니다
수많은 구름을 지나며
세상의 높낮이를 다 보셨을 텐데도
끝내 사람의 체온을 잃지 않으신 까닭은
아마도 가슴속 북쪽에
어머니라는 별 하나
늘 조용히 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생님의 시를 읽고 있으면
강철 같은 기백 속에서도
따뜻한 밥 냄새가 납니다
늦은 밤
자식 기다리던 방문의 불빛과
한숨처럼 깊어진 사랑이
행간마다 조용히 살아 움직입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수많은 명령과 결단 속을 지나온 분의 언어인데
그 시는 사람을 몰아세우지 않습니다
외려 다친 마음 곁에 앉아
괜찮다고
천천히 다시 가면 된다고
낮은 목소리로 등을 두드립니다
하여, 선생님의 시 앞에 서면
문득 인간의 품격이란
높이 올라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따뜻함을 잃지 않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
세상은 점점 빠르게 달려가고
사람들은 자꾸 방향보다 속도를 자랑하지만
선생님의 시는
오래된 나침반처럼
사람의 마음을 다시 북쪽으로 돌려놓습니다
그 북쪽 끝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계시고
사람이 있으며
눈물마저 따뜻하게 품는 사랑이 있습니다
부디 오래도록
창공보다 깊은 시심으로
이 시대의 길 잃은 마음들을
안온히 비추어 주십시오
선생님의 시를 읽는 일은
한 편의 작품을 만나는 일이 아니라
한 인간의 바른 등을 바라보는 일임을
오늘 다시 배웁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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