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품은 문학의 좌표 ― 이어도문학회가 한국문단에서 감당해야 할 역할과 황성구 회장의 새로운 비전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바다를 품은 문학의 좌표 ― 이어도문학회가 한국문단에서 감당해야 할 역할과 황성구 회장의 새로운 비전 202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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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문학의 좌표
― 이어도문학회가 한국문단에서 감당해야 할 역할과 황성구 회장의 새로운 비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들어가는 말
이어도는 왜 문학이 되어야 하는가?
문학은 단지 감정을 기록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의 영혼이 어디를 향해 흔들리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정신의 촉수다. 시대가 빠르게 변할수록 문학의 역할은 외려 더 깊어진다. 사람들은 풍요 속에서도 점점 외로워지고, 연결된 세상 속에서도 점점 고립된다. 언어는 넘쳐나지만 진심은 줄어들고, 관계는 많아졌지만 마음은 점점 메말라간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문학은 인간의 본질을 다시 붙드는 마지막 자리로 남는다.
이어도문학회가 지닌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어도문학회는 단순한 문학 동인이나 친목 중심의 단체가 아니다. 그것은 바다를 매개로 인간과 역사, 공동체와 조국의 의미를 다시 묻는 문학적 실천의 공간이다. 오늘날 수많은 문학 단체들이 존재하지만, 이어도문학회처럼 ‘해양’이라는 정신적 상징을 중심에 두고 문학의 방향성을 이어온 사례는 매우 드물다.
생각해보면 이어도는 참 독특한 존재다.
눈으로 쉽게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이어도는 단지 바다 위 암초나 지리적 공간의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품어온 이상향이며, 끝내 잃지 않으려 했던 삶의 방향 같은 것이다. 멀리 있지만 늘 마음속에 있었고,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섬. 바로 그 점에서 이어도는 문학과도 닮아 있다.
문학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움직이고 시대를 흔든다. 한 줄의 시가 인간을 살리고, 한 편의 문장이 절망 속 사람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이어도가 바다 위의 정신적 좌표라면, 문학은 인간 내면의 좌표다. 이어도문학회는 바로 그 두 개의 좌표를 하나로 연결해온 문학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오늘의 한국문단은 눈부시게 다양해졌지만 동시에 방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빠른 소비를 위한 짧은 언어가 넘쳐나고, 순간적 감각은 강해졌지만 오래 남는 정신적 울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문학은 점차 개인의 감정 안으로만 침잠하고, 공동체적 상상력이나 역사적 책임감은 약해지고 있다. 어떤 작품들은 인간보다 기교를 먼저 드러내고, 삶보다 관념을 더 앞세우기도 한다.
문학은 사람에게 돌아와야 한다.
사람의 체온과 눈물, 노동과 기억, 조국과 공동체의 숨결을 품지 못하는 문학은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이어도문학회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어도문학회는 바다를 단순한 풍경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 안에 스며 있는 역사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삶을 함께 바라본다. 바다를 통해 사람을 읽고, 사람을 통해 시대를 읽어내려는 태도가 이어도문학회의 문학적 중심에 놓여 있다.
특히 이어도문학회가 지닌 가장 큰 미덕은 ‘공동체적 서정’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많은 문학이 지나치게 개인의 내면에만 머물 때, 이어도문학회는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잃지 않으려 한다. 회원들은 시와 수필, 시낭송과 예술 활동을 통해 서로의 삶을 연결하고, 바다를 매개로 공동체적 감수성을 회복하려 노력해왔다.
이러한 정신은 단순한 문학 활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잃어가고 있는 것도 결국 ‘함께 살아가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경쟁과 속도의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타인의 슬픔에 무감각해지고, 공동체의 기억은 빠르게 잊혀지고 있다. 문학이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잊혀가는 인간성을 다시 불러내는 일이다.
이어도문학회는 그 일을 조용히 실천해왔다.
크게 소리치지 않았지만 오래 흔들리지 않았다. 화려한 중심에 서기보다 묵묵히 바다의 언어를 기록하며 사람의 마음을 지켜왔다. 그렇기에 이어도문학회는 단순한 문학 단체가 아니라, 한국문단 안에서 매우 상징적인 정신적 공동체로 자리할 가능성을 지닌다.
앞으로 이어도문학회가 해야 할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문학과 해양문화, 예술과 공동체, 인간과 자연을 함께 잇는 새로운 문학적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어도의 정신은 특정 지역이나 세대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문학이 앞으로 어디를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묻는 하나의 방향이기도 하다.
이어도문학회가 지켜가야 할 것은 단 하나다.
사람의 마음이 끝내 메마르지 않도록 하는 일.
그리고 바다처럼 깊고 넓은 문학의 숨결을 오래 이어가는 일이다.
Ⅱ. 전임 이희국 회장이 다져온 문학적 토대
조용한 헌신으로 세운 이어도의 뿌리
어떤 공동체는 큰 구호로 시작된다.
오래 살아남는 공동체는 대개 조용한 사람들의 헌신 위에서 자란다.
이어도문학회의 오늘 역시 그렇다. 지금 이어도문학회가 한국문단 안에서 독자적인 존재감을 갖게 된 배경에는 제6대 회장 이희국 시인의 묵묵한 노고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희국 회장은 문학회를 화려하게 키우려 하기보다 먼저 단단하게 만들고자 했다.
문학단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행사를 열고 작품을 발표하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삶과 성격, 다른 문학적 색깔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오래 이어가는 일이다. 그것은 행정 능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깊은 이해와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그는 이어도문학회를 경쟁의 장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보듬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어도문학회 안에는 다른 문학단체와는 조금 다른 온기가 흐른다. 회원 간의 관계는 단순한 문우를 넘어 서로의 삶을 지켜보는 공동체적 정서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행사장을 찾았고, 누군가는 조용히 회비를 보내며 마음을 보탰다. 또 누군가는 시 한 편으로 이어도의 정신을 문학 속에 새겨 넣었다.
그 작은 정성들이 모여 오늘의 이어도문학회를 만들었다.
특히 이희국 회장이 중요하게 여긴 것은 “사람 냄새 나는 문학”이었다.
오늘날 문학은 때로 지나치게 이론화되고 관념화된다. 그러나 그는 문학이 결국 사람의 체온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어도문학회의 행사들은 단순한 형식적 모임이 아니라 서로의 숨결과 온기를 나누는 자리로 이어져 왔다.
이어도문학회가 시낭송과 음악, 바다와 예술을 자연스럽게 결합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학을 종이 위의 언어로만 가두지 않고 삶 속의 살아 있는 감각으로 확장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대 문학이 독자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시대 속에서 이어도문학회는 문학을 다시 사람 곁으로 데려오려는 노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희국 회장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낮은 자세’다.
그는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했다. 문학회가 오래 가기 위해서는 특정 개인의 이름보다 함께 지켜가는 정신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여, 이어도문학회는 화려함보다 신뢰를 먼저 쌓아왔다.
이희국 회장은 스스로를 크게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큰 목소리보다 오래 지켜낸 시간으로 말한다. 이어도문학회가 흔들리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런 시간의 힘 때문일 것이다.
그는 씨앗을 심는 사람에 가까웠다.
당장 눈에 띄는 꽃보다 오래 살아남을 뿌리를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그 뿌리 위에서 이어도문학회는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문학은 결국 혼자 빛나는 일이 아니라 함께 오래 따뜻해지는 일이라는 것.
이희국 회장이 이어도문학회에 남긴 가장 깊은 정신도 바로 거기에 있다.
Ⅲ. 황성구 회장의 새로운 비전
이어도의 문학, 바다를 넘어 세계로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리더를 요구한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과거를 부정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래 지켜온 정신 위에 새로운 숨결을 더할 때 공동체는 비로소 깊이 있는 도약을 이루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제7대 회장으로 취임한 황성구 시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황성구 회장은 이어도문학회가 오랜 시간 지켜온 정신적 기반을 이어가면서도, 그것을 보다 넓은 세계로 확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그의 문학적 결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묘하게 맞닿아 있다.
황성구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먼저 ‘침묵’이 느껴진다.
그 침묵은 비어 있는 침묵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깊어서 쉽게 말이 되지 못하는 침묵이다. 그의 시에는 바다의 고독과 인간 존재의 쓸쓸함, 그리고 조국과 삶을 향한 오래된 사유가 잔잔하게 스며 있다.
특히 시집 《이어도는 아직 말이 없다》는 단순한 서정시집이 아니다.
그 안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한 인간의 철학과 시대를 향한 질문이 함께 들어 있다. 왜 이어도는 아직 말이 없는가. 어쩌면 그 질문은 지금 우리의 시대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너무 많은 말들이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은 침묵 속에 묻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황성구 회장은 바로 그 침묵의 깊이를 문학적 에너지로 바꾸려 한다.
그가 앞으로 이어도문학회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방향 역시 단순한 행사 중심의 운영이 아니다.
황성구 회장은 해양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한평생 이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오며 이어도문학회에서 전임 이희국 회장과 더불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 결과 이어도문학회는 이제 문단 내부를 넘어 사회 여러 분야와도 연결되기 시작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운연합회, 부산항만공사, 장금상선, 항도엔지니어링, 바다의 품 등 해양 관련 기관들이 뜻을 함께하게 된 배경에도 이어도문학회가 오랜 시간 지켜온 진정성과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후원이 아니다.
문학의 정신이 사회적 가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바다를 단순한 산업이나 풍경으로 바라보지 않고, 인간과 역사, 공동체의 삶을 품은 정신적 공간으로 해석해온 이어도문학회의 시선이 이제 공공적 공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그는 이어도문학회를 해양문화와 문학예술, 시낭송과 인문학이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이는 한국문단 안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시도다.
오늘날 문학은 점점 독자와 멀어지고 있다. 활자는 줄어들고 영상은 늘어났으며, 긴 사유보다 빠른 자극이 시대를 지배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더 깊은 정신적 울림을 갈망하게 된다.
황성구 회장은 바로 그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
문학을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적 체험으로 확장시키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어도문학회의 미래 안에는 시낭송과 음악, 영상과 해양예술, 인문학 강연과 지역문화가 함께 숨 쉬는 새로운 형태의 문학 공동체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해양문학의 체계화’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양문학은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 바다는 오랫동안 산업과 경제의 공간으로만 소비되었고, 그 안에 담긴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상상력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그러나 황성구 회장은 바다를 단순한 풍경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바다를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공간으로 바라본다. 생명과 고독, 그리움과 조국, 노동과 역사까지 모두 품고 있는 거대한 정신의 공간 말이다. 이어도문학회가 앞으로 한국 해양문학의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 역시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는 또한 젊은 세대와의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문학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와 호흡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어도문학회는 신인 문인 발굴과 시낭송 문화 활성화, 청년 예술인들과의 협업 등을 통해 보다 열린 문학 공동체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황성구 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는 여러 자리에서 “문학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살리는 일”이라고 말해왔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의 시를 읽어보면 결국 끝에서 남는 것은 화려한 표현이 아니라 사람의 체온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이어도문학회는 단지 작품을 발표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연결하는 공동체적 문학 공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바다를 통해 인간을 바라보고, 인간을 통해 공동체를 바라보는 문학. 바로 그것이 황성구 회장이 꿈꾸는 이어도문학회의 방향일 것이다.
그의 비전 속에서 이어도는 더 이상 먼 바다 위의 이름만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정신의 다리이며, 한국문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깊이의 상징이다.
그리고 지금, 그 푸른 항해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Ⅳ. 이어도문학회가 한국문단에서 감당해야 할 시대적 역할
문학은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왔다.
사람들은 책을 덜 읽고, 시는 점점 낯선 장르가 되어간다. 빠른 영상과 짧은 문장이 시대의 감각을 지배하면서 오래 앉아 한 편의 시를 읽는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진짜 위기는 문학의 쇠퇴가 아니다. 인간의 내면이 점점 메말라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 본질적인 위기다.
오늘의 시대는 풍요롭지만 지쳐 있다.
사람들은 수많은 관계 속에 살아가지만 정작 깊이 연결되지 못한다. 말은 넘쳐나지만 진심은 줄어들고, 정보는 많아졌지만 사유는 얕아졌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보다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어진 시대 속에서 인간은 점점 자기 마음의 언어를 잃어가고 있다.
바로 이런 시대에 이어도문학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분명하다.
문학을 다시 사람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이어도문학회는 단순히 작품을 발표하고 문인을 배출하는 기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문학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바다와 사람, 역사와 공동체를 함께 품는 이어도문학회의 정체성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
특히 이어도문학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공동체적 감수성의 회복’이다.
오늘날 많은 문학이 지나치게 개인의 감정 안으로만 침잠하고 있다. 물론 개인의 내면은 중요하다. 그러나 문학이 자기 감정의 독백으로만 머물게 될 때 공동체적 상상력은 약해진다. 이어도문학회는 바다라는 상징을 통해 다시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회복시켜야 한다.
바다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파도와 바람, 섬과 배, 사람과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소 하나의 바다가 된다. 이어도문학회가 지향해야 할 문학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슬픔을 넘어 공동체의 아픔을 함께 바라보고, 인간과 자연, 지역과 역사, 현재와 미래를 함께 잇는 문학이어야 한다.
그 점에서 이어도문학회는 앞으로 ‘해양인문학’의 중요한 중심 역할도 감당할 수 있다.
바다는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노동과 희생, 이별과 귀환, 생존과 역사, 그리고 민족의 기억이 함께 흐르고 있다. 문학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길어내는 작업이다.
이어도문학회는 앞으로 바다를 단순한 풍경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인간 존재를 비추는 거대한 정신의 거울로 해석해내야 한다. 그것이 이어도의 문학이 지닌 가장 깊은 가치이기도 하다.
또한 이어도문학회는 시낭송 문화의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시는 본래 소리의 예술이었다. 사람의 숨결과 리듬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언어였다. 그러나 현대 문학은 지나치게 활자 중심으로 굳어지며 독자와의 거리감이 생겨났다. 이어도문학회가 꾸준히 시낭송과 음악, 공연예술을 함께 해온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흐름이다.
앞으로는 문학과 예술, 인문학과 해양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융합적 문화 공간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만들고, 문학을 삶 속에서 체험하게 하는 방식 역시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어도문학회가 끝내 잃지 말아야 할 것은 ‘품격’이다.
여기서 말하는 품격은 권위가 아니다.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며, 문학을 가볍게 소비하지 않는 태도다. 서로의 작품을 경쟁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정신적 동반자로 바라보는 공동체의 깊이다.
이어도문학회가 한국문단 안에서 오래 기억되는 이유도 결국 거기에 있다.
소란스럽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묵묵히 바다의 언어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속에서도 느리지만 깊은 문학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어도의 바다는 오늘도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오래된 역사와 사람의 체온,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문학의 미래가 함께 숨 쉬고 있다.
이어도문학회가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바로 그것이다.
사라져가는 인간의 온기를 다시 지켜내는 일.
그리고 문학이 다시 사람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용히 길을 밝히는 일이다.
Ⅴ. 맺음말
이어도의 문학은 왜 오래 흔들리지 않는가
세상에는 금세 빛나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오래 남는 것은 대개 천천히 스며든 것들이다. 큰 소리로 자신을 드러낸 문장보다 조용히 사람 곁에 머무는 문장이 더 길게 살아남고, 순간의 유행보다 깊은 정신을 품은 언어가 결국 시대를 건너간다.
이어도문학회의 문학 역시 그렇다.
이어도문학회는 거대한 중심의 문학을 지향하지 않았다.
외려 조용한 바다의 결처럼 낮고 깊은 문학을 지켜왔다.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속에서도 사람의 체온과 공동체의 기억, 바다와 역사, 조국과 존재의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 애써왔다. 그렇기에 이어도문학회의 행보는 단순한 문학 활동 이상의 울림을 갖는다.
이어도는 보이지 않는 섬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들은 대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진심도, 오래된 그리움도, 조국을 향한 마음도, 그리고 문학의 깊은 울림도 그렇다.
이어도문학회가 지금까지 지켜온 것도 결국 그런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조용한 헌신, 서로를 향한 따뜻한 연대, 바다를 향한 깊은 사유와 인간을 향한 신뢰가 이어도문학회의 가장 큰 힘이었다.
전임 이희국 회장은 그 토양을 묵묵히 다져왔다.
그는 문학회를 화려하게 키우기보다 오래 살아남게 만드는 일을 선택했다. 사람을 먼저 생각했고, 공동체를 먼저 바라보았다. 그 결과 이어도문학회는 단단한 정신적 기반 위에 설 수 있었다.
이제 황성구 회장은 그 위에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
그의 시에는 바다의 침묵이 흐르고 있고, 그 침묵 속에는 시대를 향한 깊은 질문이 살아 있다. 그는 이어도문학회를 단순한 문학 단체가 아니라 해양문화와 문학예술을 함께 품는 새로운 공동체로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일일 것이다.
문학은 결국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사람은 끝내 위로를 필요로 한다.
외로운 날 누군가의 시 한 줄에 기대어 살아가고, 무너지는 순간에도 한 문장의 온기로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 이어도문학회가 앞으로도 지켜야 할 정신 역시 바로 그 인간의 온기다.
문학은 세상을 빠르게 바꾸지 못할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은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은 마음이 바뀐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달라진다.
이어도의 바다는 오늘도 조용하다.
그 침묵 속에서는 오래된 파도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어도문학회 역시 그렇게 가야 한다. 소란스럽지 않지만 깊고, 빠르지 않지만 오래 흔들리지 않는 문학으로.
앞으로 이어도문학회가 한국문단 안에서 감당해야 할 역할은 단순히 작품을 생산하는 데 머물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지키고, 공동체의 감각을 회복하며, 바다와 역사 속에 숨은 정신적 가치를 문학으로 이어가는 일. 그것이 이어도문학회가 걸어가야 할 진정한 길이다.
문학은 사람을 향해 흘러가야 한다.
바다 또한 끝내 사람을 품는 공간이다.
이어도의 문학은 그래서 오래 흔들리지 않는다.
그 안에 아직 사람의 체온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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