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소녀의 웃음꽃 같은 시 ㅡ 시인 박철언

□ 내장사 대우 큰스님과 박철언 시인
■
단발머리 소녀의 웃음꽃 같은 시
내장사 산문을 지나 대웅전 마당에 이르렀을 때였다.
차향이 은은하게 번지는 자리에서 대우 큰스님과 문학 이야기가 오갔다.
이름난 시인 이야기도 있었고, 세상사 이야기도 있었다.
한참을 듣고 계시던 큰스님께서 박철언 시인 이야기에 이르자 얼굴 가득 미소를 띠셨다.
“박 시인의 시는 참 맑습니다.”
짧은 말씀 한마디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산새 소리 하나 처마 끝 풍경 소리 하나 차담 사이를 지나갔다.
큰스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꾸밈이 없어요. 욕심도 없고요. 사람 냄새가 납니다.”
생각해 보면 박철언 시인의 삶도 그러하다.
한평생 법조인으로 살았고, 공직자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했다.
수많은 사건과 사람을 만났고, 세상의 밝음과 어둠을 두루 마주하였다.
그 긴 세월을 지나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그는 시라는 작은 창문 앞에 앉았다.
권위의 옷은 벗어두고, 명함의 글자도 내려놓고, 한 사람의 시인으로 돌아왔다.
그의 시를 읽으면 화려한 수사보다 따뜻한 온기가 먼저 다가온다.
세상을 오래 건너온 사람이 지닌 너그러움과 여백이 있다.
억지로 울리려 하지 않고, 억지로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한 줄의 시어가 살며시 손을 내미는 느낌이다.
대우 큰스님께서는 그런 박 시인의 시를 두고 “단발머리 소녀의 수줍은 웃음꽃 같다”고 표현하셨다.
참으로 절묘한 비유였다.
과장되지 않은 미소.
순수한 눈빛.
누군가를 향해 살짝 피어나는 웃음 한 송이.
박철언 시의 미덕이 바로 거기에 있다.
세상을 오래 살아온 사람의 시인데도 낡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연륜은 깊지만 마음은 여전히 소년처럼 맑다.
내장사 숲길을 내려오며 큰스님의 말씀이 오래 남았다.
좋은 시는 큰 목소리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봄날 담장 밑에 핀 들꽃처럼, 수줍게 웃는 단발머리 소녀처럼,
사람의 가슴에 오래 머무는 법이다.
박철언 시인의 시가 바로 그런 시였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