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품는 리더십 ― 박철언 시인의 강연을 들으며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람을 품는 리더십 ― 박철언 시인의 강연을 들으며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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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품는 리더십
― 박철언 시인의 강연을 들으며
청람 김왕식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을 만난다. 화려한 말솜씨 때문이 아니다. 높은 지위 때문도 아니다. 오래 살아온 삶이 한마디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
오늘 충무로 솔라고호텔에서 만난 박철언 시인의 강연이 바로 그러했다.
문화앤피플(대표 이해경)과 세계문학협회 (회장 허형만)가 공동 주최한, 이번 강연의 제목은「문학과 인생과 리더십」이었다. 얼핏 보면 서로 다른 세 단어처럼 보인다. 문학은 예술이고, 인생은 삶이며, 리더십은 조직을 이끄는 기술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강연이 시작되자 그 세 단어는 어느새 하나의 강으로 합쳐졌다. 강의 이름은 ‘사람’이었다.
박철언 시인은 오랜 세월 법조인의 길을 걸어왔다. 법은 냉정해야 한다. 감정보다 원칙이 앞서야 하고, 판단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런 세계를 평생 살아온 사람이 문학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쩌면 의외의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믿어 왔다. 진정한 법조인은 결국 인간을 연구하는 사람이고, 진정한 시인은 인간을 끝까지 믿는 사람이라고.
오늘 박철언 시인의 강연은 그 믿음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그는 문학을 화려한 문장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문학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했다. 리더십도 사람의 마음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라고 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속에는 평생의 경험이 응축되어 있었다.
세상에는 앞에서 끌고 가는 지도자는 많다. 그러나 뒤에 남은 사람을 기다려 주는 지도자는 많지 않다.
앞서는 사람보다 함께 가는 사람이 더 귀하다.
박철언 시인의 말은 바로 그 지점에서 깊은 울림을 남겼다.
강연장을 둘러보았다.
문인들이 앉아 있었고, 법조인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모두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문학은 사람을 하나로 만든다.
좋은 강연도 결국 사람을 하나로 만든다.
오늘 나는 문학의 힘보다 먼저 사람의 힘을 보았다.
강연이 끝난 뒤 이어진 대화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안혜초 시인은 박철언 시인의 사유를 두고 “법률가의 논리를 넘어 인간학의 깊이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 표현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인간학.
참으로 좋은 말이다.
문학이 끝내 도달해야 할 곳도 인간이며, 철학이 끝내 탐구해야 할 대상도 인간이다.
법도 사람을 위한 것이고, 정치도 사람을 위한 것이다.
모든 길은 사람에게로 돌아온다.
지은경 박사는 대표작 《오, 백두여!》를 이야기하며 역사와 시대정신을 서정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고 평했다.
황옥례 원로 시인은 그의 시가 지닌 따뜻한 체온을 이야기했다.
세 사람의 평을 들으며 나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누구도 박철언 시인의 명예를 먼저 말하지 않았다.
모두 그의 사람됨을 먼저 이야기했다.
아마 그것이 가장 큰 찬사일 것이다.
문학은 작품 이전에 사람을 남긴다.
좋은 시인은 좋은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좋은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높은 자리에 오래 있었다고 존경받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오래 품었기에 존경받는다.
오늘 강연장을 나서며 문득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낮의 햇살이 빌딩 유리창에 부딪혀 조용히 번지고 있었다.
햇살은 누구를 선택하지 않는다.
높은 건물에도 비추고 작은 풀잎에도 내려앉는다.
문학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권력 가까이에만 머무는 문학이 아니라 가장 낮은 사람의 마음까지 비추는 햇살이어야 하지 않을까.
박철언 시인의 강연은 그런 햇살을 닮아 있었다.
문학을 말했지만 결국 사람을 이야기했고, 리더십을 말했지만 끝내 사랑을 이야기했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명예도 사라지고 직함도 잊힌다.
그러나 한 사람의 따뜻한 말은 오래 남는다.
한 사람의 품격은 더 오래 기억된다.
오늘 나는 한 편의 강연을 들은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를 읽었다.
하여,
강연이 끝난 뒤에도 그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문학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 속에서도 완성된다는 사실.
그것이 내가 마음속에 오래 간직한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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