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무게 ㅡ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처음의 무게 모든 일에는 반드시 시작이 있다. 시작은 단순한 출발점이 아니다. 그것은 전체를 결정짓는 기초이며,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토대다. 작은 일에서 큰 일에 이르기까지, 처음이 바로 서야 그 뒤의 모든 과정이 질서와 의미를 가진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처음의 무게 모든 일에는 반드시 시작이 있다. 시작은 단순한 출발점이 아니다. 그것은 전체를 결정짓는 기초이며,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토대다. 작은 일에서 큰 일에 이르기까지, 처음이 바로 서야 그 뒤의 모든 과정이 질서와 의미를 가진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나 한 사람의 존재는 본래 하나의 별빛과 같다. 저마다 고유한 궤도를 그리며 저녁 하늘을 수놓는다. 그러나 누군가의 빛과 나의 빛을 견주기 시작하는 순간, 그 별빛은 자신의 광휘를 잃고 남의 궤도를 따라 도는 위성으로 전락한다. 스스로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가득 찬 그릇엔 아무것도 더 담을 수 없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우리는 자라기 위해 끊임없이 채우려 한다. 지식도, 경험도, 인간관계도. 더 많이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 곧 성장이라 여긴다. 그러나 마음공부는 다르게 말한다. 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파장의 울림 마음에서 흘러나간 한 생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물결이 되어 퍼져나가고, 그 물결은 끝내 되돌아와 마음의 주인을 감싼다. 파장은 잠시의 울림이 아니라 삶 전체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선율이다. 사람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기다린다는 것 기다림은 미세한 감정의 진폭을 가장 또렷하게 드러내는 순간이다. 설렘이 심장의 고동을 빠르게 한다면, 불안은 그 고동을 무겁게 늘어뜨린다. 같은 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마음은 끊임없이 앞서 달리거나 뒤로 주저앉는다. 이처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장독대 위 정화수 ■ 바늘 끝의 비밀과 눈썹의 전설 청람 김왕식 사람마다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무늬가 다르다. 흙먼지, 짚단 연기, 혹은 들길의 풀내음. 내 기억의 무늬는 언제나 바늘 끝에서 번쩍이던 불빛이었다. 불에 달군 바늘을 …
ㅡ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나의 스승, 박명훈 선생님 청람 김왕식 내일은 참으로 기쁜 날이다. 세월의 강을 건너와도 여전히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날, 사십여 년 전 서울오산고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을 때 맺은 인연의 두 분을 뵙는 날이다. 교…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계산대의 짧은 언쟁 마트의 계산대 앞은 늘 작은 전쟁터 같다. 카트와 장바구니가 줄을 서고, 사람들의 표정은 바쁘고 예민하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순서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날도 그랬다. 몇 명이 줄을 서 있었고 한 어르신이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당신들은 나를 업신여겼다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 앞은 늘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평소 같으면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택했을 것이다. 오늘은 시간이 바빠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몇 명이 함께 탔는데, 문이 닫히려는 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가장 용기 있는 말은 가장 용기 있는 말은 언제나 칼날처럼 단순하다. 화려한 문장도, 거창한 선언도 아니다. 그저 한 마디, “도와줘.” 이 말은 인간 존재의 심연에서 솟아나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진실한 외침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독서를 하면? 책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청소년에게는 성장의 길잡이가 되고, 성인에게는 삶을 되돌아보는 거울이 된다. 21세기처럼 속도와 효율이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독서의 가치는 더욱 선명해진다. 짧은 영상과 즉각적인 검색이 넘쳐나는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내 글을 읽은 독자가 아파한다면 내가 쓴 문장을 따라가던 독자가 문득 멈추어 선다. 글 속에서 마주한 장면이 그의 오래된 기억을 흔들어 놓고, 차갑게 잠들어 있던 상처가 깨어나 피어오른다. 그 순간 독자는 아프다. 나는 안다. 글은 언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책이 나를 아프게 한다 청람 김왕식 책은 늘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이라 여겨졌다. 어떤 날은 책이 나를 아프게 한다. 활자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속 깊은 상처가 불쑥 드러나고, 잊었다고 생각한 기억들이 고개를 들어 올린다. 책이 주는 고통…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결핍과 과잉의 거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강릉은 여전히 비 소식이 없다. 마을 어귀의 논바닥은 이미 거북등처럼 갈라져, 그 틈마다 메마른 대지의 신음이 묻어 나온다. 사람들은 그 갈라진 틈을 바라보며 한 모금의 물조차 아껴 마셔야 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아버지의 외상장부 강문규 작가 시골 면소재지에서 약방을 운영하시던 아버지의 삶은 늘 사람 냄새로 가득했다. 우리 집은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삼 남매가 함께하는 일상은 부족함을 크게 느끼지 못할 만큼 단단…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산과 바다의 가르침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산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바다는 파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작은 말 한마디에도 흔들리고, 사소한 일에도 출렁인다. 마음공부를 하려 애쓰지만, 늘 세속의 바람에 흔들려 갈피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조금, 그러나 멀리 조금 알았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그때 사람은 높아지고, 마음은 닫힌다. 조금 더 배우면 다른 길이 보인다. 겸손이 자리 잡으면 질문이 따라온다. 질문은 모름의 고백이자 배움의 시작이다. 질문할 수 있는 사람만이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숙임의 미학 청람 김왕식 주전자는 고개를 숙일 때만 물을 흘려보낸다. 꼿꼿이 서 있는 동안은 단단해 보이지만, 그 안의 물은 스스로를 갇힌 채로 남아 있다. 몸을 낮추는 순간, 맑은 물은 생명이 되고, 다른 그릇을 채우며 새로운 길을 …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변순득 화백의 '기다리는 날' ■ 우산 밑의 세상 청람 김왕식 비 오는 날, 사람들은 저마다 우산을 펼친다. 거리는 갑자기 형형색색의 꽃밭이 되고, 그 아래로 발걸음들이 흩어진다. 우산 밑은 각자의 작은 세계다.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논두렁의 균열 ― 가뭄과 갈라진 흙 청람 김왕식 논두렁은 한때 물길의 집이었다. 도랑에서 흘러든 물이 논을 채우면 개구리들이 합창을 했고,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올해는 달랐다. 하늘은 맑음으로만 가득했고, 비는 오지 않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지성에서 영성으로 ― 이어령 교수가 남긴 마지막 유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지성의 상징이자 석학으로 불렸던 이어령 교수는, 한국 현대 지성사의 가장 빛나는 이름 중 하나다. 그는 평생을 언어와 문학, 인문학의 탐구에 바쳤으며, 수많…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광복 80주년, 분단 문학을 생각한다. 소설가 김유조 미처 준비되지 않았던 광복이 찾아온 지 올해로 80주년을 맞는다. 광복절은 8월 15일이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에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되었고 종전은 1953년 7월 2…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박경리 선생 ■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경리의 묘소 길목 푯말은 짧지만, 그녀의 생애와 문학을 압축한 최종의 선언처럼 다가온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 이 말은 죽음을 앞…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빈 잔의 법칙, 사랑의 기하학 빈 잔 하나를 올려둔다. 아무것도 담지 않았는데도 잔은 이미 자리를 만든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을 맞이하는 준비, 아직 다가오지 않은 숨결을 위해 내어 준 공간. 사랑은 바로 그 빈자리에서 시작된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