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끝에 세운 우주 ― 연월 유숙희 시인의 시 세계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바늘 끝에 세운 우주 ― 연월 유숙희 시인의 시 세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문학의 역사를 오래 들여다보면 시인들은 대개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를 썼다. 누군가는 별을 따라갔고, 누군가는 강물을 따라갔으며, 누군가는 꽃잎 한 장의 떨림 속에서 우주의 비밀…
청람서루가 유숙희을(를) 다룬 글 · 총 33편
■ 바늘 끝에 세운 우주 ― 연월 유숙희 시인의 시 세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문학의 역사를 오래 들여다보면 시인들은 대개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를 썼다. 누군가는 별을 따라갔고, 누군가는 강물을 따라갔으며, 누군가는 꽃잎 한 장의 떨림 속에서 우주의 비밀…
■ 바늘로 세상을 깁는 어머니의 시학 — 시인 유숙희 제2 시집 《바늘로 세상을 깁다》에 나타난 생활미학과 장인정신의 문학적 의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들어가는 말 — 사라지는 시대에 남아 있는 손의 온기 어느 날부터 세상은 손보다 속도를 믿기 시작했…
■ 이불 빨래 시인 유숙희 아직 남아있던 겨울의 잔재들을 4월의 태양이 날린 날 그 따뜻함 그리워질 때 다시 만날날 기약하네, 햇빛 좋은 곳마다 자리한 빨랫줄들 무거운 겨울이 널려 힘겨운 하루해를 보내고 오뉴월같은 햇빛은 4월을 잊은 채 방마…
□ 유숙희 시인 ■ 몸과 마음 시인 유숙희 따스한 햇볕 퍼져가고 자목련 꽃봉오리마다 하나 둘 기지개를 켜고 터지는 자줏빛 송이송이들 시린 바람에 부대끼는 몸과 마음에 생명수로 순환시킨 뿌리의 지극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봄날 아, 그립다 그 사랑!…
김왕식 ■ 바느질하는 자화상 시인 유숙희 무지갯빛 세상 호기심에 가득 찬 맑은 눈과 우윳빛 피부 나의 유년 시절은 분홍빛 전설이 되고, 세상 희로애락에 검불 같은 흰 머리카락, 검고 윤기 있는 실 바늘귀에 꿰어 한 뜸 한 뜸 깁어나간다. 주름 파이고 골…
김왕식 □ 유숙희 시인 ■ 인연에 대하여 시인 유숙희 누구나 마음속에는 사람에게 향한 애틋함으로 삶을 수놓아 가꾸는, 그러나, 너무 가까이하면 늪이 되고, 멀리하면 사막이 되는 적당한 거리 유지가 어렵다. 소중하게 지킬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리 쉽…
김왕식 ■ 멧새야 안녕 시인 유숙희 털북숭이 아기 새 두 마리가 뜰 한쪽에서 작은 소리로 울고 있었다. 세상에 나와 고난을 겪는 생명이 어디, 너뿐이겠냐만은, 내 집에 들어와 눈에 띄었으니, 귀한 인연 이리저리, 얼키설키 철사로 손바느질하듯 완…
김왕식 ■ 봄, 봄, 봄 시인 유숙희 지난밤 별똥별이 내 뜨락에 떨어지며 봄꽃들 지고 왔구나 온갖 꽃들 밤새 와서는 저마다 향기로 색으로 형태로 출렁이는, 함께 물들고 싶어 노오란 수선화 화분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정호승시인의 '수선화에게' 詩가 떠 오르고…
김왕식 ■ 목화솜이불 사랑 시인 유숙희 쓸 수도 버릴 수도 없어 운명처럼 함께 살아야 했던 늘 애틋하면서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한 죄 고희古稀에 뉘우치니 엄동설한嚴冬雪寒도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주네 딸 시집보낼 때 직접 목화송이 틀어서 집안 아줌마들이 함께 만드…
김왕식 ■ 봄을 기다리다 시인 유숙희 겨우내 칼바람 황소바람 깁고 벌어진 틈새 촘촘히 바느질한 겨울 우수雨水가 지나니, 봄바느질 생각에 마음 설레~ㅁ, 아직 매서운 겨울바람 바느질로 감싸고, 살짝, 불어오는 미풍 속에 새싹 소식 들려오는 얼었던 대지大地 녹…
김왕식 ■ 쌍 곱창 머리띠 시인 유숙희 작아서 못 입는 엄마 원피스를 딸 원피스로 리폼, 남은 천으론 주문에 없는 곱창 머리띠 엄마랑 딸애랑 2개 만들어 건네니 단골님 얼굴이 화알짝 핀 함박꽃, 세상에 첨 보는 앙징맞게 귀한 것이 딸하고 엄마하고 둘만의 머리띠…
김왕식 ■ 손수건은 자연보호다 시인 유숙희 초등학교 입학식 날 코흘리개 왼 가슴에 단 나팔꽃 수가 놓인 하얀 옥양목 손수건, 가슴에 단 코닦이, 그땐 왜 그리도 콧물이 많았던지 평생 흘린 콧물 그 시절에 8할은 다 흘린 듯 하루만 지나도 흰 천 …
김왕식 ■ 파우치 사랑 시인 유숙희 요즘 보기 드문 단정한 단발머리 여고생 등교하기 전 샵을 찾아온 여학생의 싱그러움 아침 공기가 상큼해졌다 귀여운 곰 두 마리가 살아 움직이는 듯이 무늬가 찍힌, 모서리가 닳아 해진 가방이 아닌 파우치, 수공값이 사는 것보다…
김왕식 ■ 외씨버선 시인 유숙희 백발이 고우신 모습 지고지순至高至純한 눈빛 조용함 속에 할머니의 옅은 미소로 내보이신 바느질감 흰 외씨버선 조심스레 내놓으시며 손주 婚禮式때 꼭 신고 싶으니 줄여 달라 하신다 아, 외씨버선 '승무'僧舞 춤사위에서 오이…
김왕식 ■ 얼음골 사과 시인 유숙희 사과 박스가 왔다 아 하, 얼음골 사과 한 입에 베어무니 향 짙은 사과향 愛 과즙이 물컹 목젖을 적신다 내 친구가 보냈구나 최상품 사과를, 아침 대용으로 먹으라 전한 정성의 마음결 샵에 두고 오며 가며 깎아…
김왕식 ■ 오리털 이불을 말리다 시인 유숙희 바람 좋은 맑은 날 겨우내 눅눅해진 이불을 빨랫줄에 널다 이불에 스며드는 푸른 하늘빛 바람 한 줌 어느새 오리털 속으로 스며든다 하늘을 덮을 듯 펄럭이는 이불의 춤사위 칸칸이 살아나는 잠자던 오리털 뭉게뭉…
김왕식 ■ 빗바구니를 만지며 시인 유숙희 골풀로 섬세하게 짠 빗바구니 미닫이 서랍장위에서 시선을 압도한 주인공 쪽머리 하셨던 할머니의 냄새와 사랑 손때 묻은 유일한 유품 참빗, 얼개빗, 비녀 면경(面鏡), 빗치개가 바구니 안에서 세월을 품고, 삶의 喜怒哀樂…
김왕식 ■ 바느질 시인은 2 시인 유숙희 을사년 푸른 뱀의 해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혼돈 속에서 푸르고 푸르른 시를 쓰고 싶소 마음까지 닿는 세상 비켜갈 길 없고 고해(苦海) 바다와 같은 세상 오늘도 묵묵히 재봉틀과 마주 앉는 반복된 나의 일상 자투리천 모아…
김왕식 ■ 칠순七旬 잔치 풍경 시인 유숙희 回甲 잔치 사라지고 코로나 이후로 七旬 잔치도 드문 요즘 가까운 친척들만 모인 화기애애 웃음꽃 핀 고희연(古稀宴) 아들 딸 며느리 마음 담은 편지 글 읽는 내용에 눈시울 적셔오고 팔순 구순 팔팔하게 사시고 이백…
김왕식 ■ 포대기 시인 유숙희 하나하나 사람의 모습이 되기까지 엄마 뱃속은 아기의 우주이리라 우주 속의 우주로 나와 한 생명이 싸인 포대기는 아기가 숨 쉬는 요람 귀퉁이가 트더진 사이로 손가락 발가락 자꾸 들어가 울상 작고 여린 손 발 다칠세라 예…
김왕식 ■ 실이랑 바늘이 시인 유숙희 둘이는 합작품이다 원팀 팀워크이다 들고 나는 조화다 찢어진 청바지 펴서 상처 난 무릎 치유하는 손길은 바늘이 실을 달아 찢어진 생채기 어르고 달래 숙달된 눈길 마음길을 이끈다 그 마음길 손길을 잡고 바늘과 실로 …
김왕식 ■ 바늘의 치유 시인 유숙희 바늘이 치유다 실끝날 거느리고 아픈 상처 싸매어 봉합한다 올 한 해도 다 갔다 바늘은 오늘도 제 기술 깁고 꿰매고 잇는 수술 한창 진행 중인데 그대여, 너는 올 한 해 바늘이 날마다 하는 이웃의 아픈 상처 꿰매기 몇 날에…
김왕식 ■ 유숙희 시인 ㅡ한 점 구름이 머물다 흩어지는 하늘처럼 ㅡ 한 점 구름이 머물다 흩어지는 하늘처럼, 유숙희 시인의 삶은 고요한 성찰과 숭고한 철학으로 빚어진 하나의 세계입니다. 그 세계는 작은 사물에서도 진리를 찾아내고, 흔들림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
김왕식 ■ 눈과 소나무 시인 유숙희 그 무덥던 여름 푸르고 푸르던 잎 사람들 눈 안구정화로 다가선 네 빛 비바람 몰아치고 폭풍이 머리채 잡아 흔들어도 끝끝내 버티고 견딘 그 곧고 질긴 기개 내게서 삶의 위로와 끈기 배우고 보름달이 뜰 때 솜이불처럼 펼…
김왕식 ■ 농부의 쟁기질이 시인 유숙희 농부가 소를 몰아 사래긴 밭을 간다 긴 이랑에 쟁기질로 이랴 이랴 자랴 하면 살 깊은 곳이 파이고 살 낮은 곳은 높아지며 넓은 옥토가 평평하게 반반한 농작물 안방되지 바늘과 실 짝꿍이 농부의 쟁기질이다 판판한 천 …
청람 김왕식 ■ 구겨진 바지와 다리미 시인 유숙희 살가운 부부 사일까 마주 보면 구겨진 주름 쫘악 쫙 펴져서 파리가 낙상할 듯 날 선 바지 반질거림도 돌아 누우면 생얼은 된서리 내린 듯 바지는 쭈굴 밤탱이에 다리미 고철덩이일 뿐 다리미는 뜨거움!! 뜨거움은 …
청람 김왕식 ■ 할머니의 속바지 시인 유숙희 바늘귀에 분홍색 실을 뀄다 고운 색 바지를 고치러 오신 할머니 얼굴이 재봉틀 위해 어른거리고 낡고 늘어진 허리 고무줄 할머니 주름살만큼이나 오래된 분홍 속바지 할머니는 얼마 남지 않은 生 다 할…
청람 김왕식 ■ 그 얼굴 그 미소 시인 유숙희 3년 전에 홀로 된 이웃집 아저씨가 터지고 해진 바지 3개를 들고 가게에 들어선다 빨리 고쳐달라 잘 손 봐 달라 싸게 해 달라 보챔이 어린아이 같다 사흘 후 요구대로 닷새 걸릴 걸 이틀 빠르게 흠집들 감쪽 같…
김왕식 ■ 가을 하늘 시인 유숙희 비 갠 뒤 시월 푸른 하늘 뭉게구름이 멋지다 환상이다 세 뼘 높아진 하늘창공 흐르는 구름 따라 새털구름 양떼구름 다채롭게 기획하는 시월이라는 연출자 재단사 가위로 사악 삭 잘라 드르륵 비싼 마음 가격으로 수출하고프다 …
유숙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때때옷 색동치마저고리 시인 유숙희 좋은 날 큰 명절 지난 한가위 추석날 다섯 살 쌍둥이 손녀 둘이 할머니집에 왔다 색동옷 아니 입어도 그 재롱이 비타민인데 때때옷이 천사 나래인가 입모양 손모양 발모양 하나하나 노랑나…
유숙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바늘귀 시인 유숙희 뭉뚱한 긴 쇠붙이 두들기고 벼루고 갈아서 가느다란 몸통에 귀를 뻥 뚫으니 이게 바늘귀 예술이라 한 땀 한 땀 직선의 길 꼬부랑 길 경사진 오르막 길 거침없다 이 작은 구멍 하나로 상처가 아물어…
유숙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평하다 ■ 저고리 동전 노리개 시인 유숙희 어머니 회갑날 한복 치마저고리 단아함 가운데 제일은 저고리의 곡선 앞가슴 여미는 노리개 한쌍이었네 빨갛고 노랑 바탕에 옥구슬 알알이 매듭의 긴 꼬리는 공작새 꼬리였었고 이제는 하늘의…
유숙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손자 바지 손보다 시인 유숙희 별난 손자 행동이 난亂하니 새 바지도 일주일을 못 넘긴다 중학 입학 기념으로 할아버지가 선물한 새 양복 한 벌 아뿔싸, 입은 지 3번 만에 그렇게 당부했건만 소 귀에 경 읽긴가 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