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노인, 미소 짓는 노인
김왕식 ■ 뿔난 노인, 미소 짓는 노인 시인 이상엽 어느 결에 파란 교통 통장을 받는 나이가 되었네 무료 노인 지하철 통장 덜컹덜컹 가는 길에 보고 싶은 기사도 보고 여러 유튜브, 시도 읽고 앞에 있는 노인 보면 뿔난 노인도 보이고 미소 짓는 노인도 보이고 …
김왕식 ■ 뿔난 노인, 미소 짓는 노인 시인 이상엽 어느 결에 파란 교통 통장을 받는 나이가 되었네 무료 노인 지하철 통장 덜컹덜컹 가는 길에 보고 싶은 기사도 보고 여러 유튜브, 시도 읽고 앞에 있는 노인 보면 뿔난 노인도 보이고 미소 짓는 노인도 보이고 …
김왕식 ■ 그대 발끝에 봄이 지더이다 ― 김소월 '진달래꽃'에 부쳐 김왕식 그대 가는 길목마다 한 시대의 심장이 누웠다 붉은 숨결로 피어난 진달래는 사랑이 아닌 이별로 스러졌다 그대는 침묵으로 시를 키우고 나는 그 침묵을 노래로 불렀다 바람은 아직도 그 구절을…
김왕식 ■ 신 아리랑 시인 변희자 로봇 팔이 국수를 거침없이 말아준다 멸치 우린 국물에 취하고 금속팔 매끈한 매력에, 춤사위에 흠뻑 빠져든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오 교통카드 발매기 앞 허리 굽은 노인 이 버튼 저 버튼 헤매이다 겨우 받은 차표 한 장 아…
김왕식 ■ 하늘의 시인에게 ㅡ천상병 시인께 바칩니다 김왕식 그대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짐 하나 지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길을 걸었다 한 장의 입춘대길도 그대 손에 들리면 시가 되었고 굴러온 돌멩이 하나조차 그대 눈에 닿으면 별이 되었다 세상의 끝자락에서 …
김왕식 ■ 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청람 김왕식 하늘은 그날 입을 닫았다. 울음을 꾹 삼킨 구름들, 말 잃은 새떼가 허공에 머물고 능선은 마치 불길에 쫓기는 짐승처럼 서둘러 몸을 접었다. 숲은 함성도 없이 무너졌다. 타는 나무의 비명은 삶의 틈새마다 먹…
김왕식 ■ 소유의 그림자 시인 변희자 좋은 말만 듣고 살았다 나를 아껴주는 이들이 많구나 하며 살아왔다 이제야 안다 내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 언제부턴가 작은 돌 하나라도 움켜쥐려 하면 되돌아오는 건 질책뿐이었다 착한 사람은 빈손이어야 한다는 것 꽃 한…
김왕식 ■ 겉껍질, 속껍질, 열매 시인 이상엽 알밤 하나 겉껍질, 속껍질, 속알밤 책 한 권 겉표지, 속표지, 속 내용 세상 많은 것이 껍질 2개, 속의 진짜가 있는 것 같다 우리네도 3겹 겉으로 보이는 그럴싸한 겉표지 에고라는 속표지로 자신을 보호하지 …
김왕식 ■ 감정의 임계점 시인 변희자 그런 것이었지 번개가 번쩍 솟아나고 천둥이 길게 울렸다 막힌 틈을 비집고 마그마가 끓어올랐다 땅이 흔들리고 물러설 곳이 없었다 밀려오는 파도 앞에서 나는 흔들렸다 참고 또 참았지만 하염없이 비가 내렸다 아니기를 바…
김왕식 ■ 도꼬마리의 추억 시인 이상엽 가시 있어 몸에 착 달라붙는 도꼬마리 열매 실은 진짜 씨는 가시껍질 속의 2개의 씨이다 창이자라는 명칭의 도꼬마리 씨 제주생활 9년 동안 찰싹 붙어 성가시던 도꼬마리 나중에는 약성 있다 하여 채취했던 도꼬마리 몸에…
김왕식 ■ 나만의 시집 청강 허태기 하늘과 땅 열어 시집 펼치면 해와 달 산과 강, 별과 숲 꽃과 나무는 시를 쓰고 바람과 물 새들은 시를 읊는다 텅 빈 마음 시집 속에 들어서면 이슬 맺힌 시향 영혼을 맑힌다.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시가 참 …
김왕식 ■ 분노와 절규 시인 이상엽 하늘의 시는 분노와 절규를 노래하지 않는다 자의든 타의든 모르지만 이 세상에 온 것은 분노가 아니라 사랑을 배우러 왔다 사랑을 배우는 과정에 분노가 일수는 있다 그러나 궁극은 사랑이다 사랑을 배우다 배우다 미처 다 못 …
김왕식 ■ 가슴에, 윤동주 한 사람 청람 김왕식 1. 그는 바람처럼 조용했다. 솜저고리 한 벌에도 마음을 접어 넣을 줄 알았고 책 한 권에도 나라를 담아 넣을 줄 알았다. 작은 주머니엔 늘 펜 하나, 그보다 더 작은 주머니엔 시보다 더 조용한 분노가 있었다. …
김왕식 ■ 벽면을 대하며 시인 백영호 벽면 앞에 가부좌로 명상에 든다 내가 나를 찾아서 나를 보며 내면을 만진다 속살 훑는다 정신의 무게 다는 시간 욕심과 근심 짜증과 성냄 이기와 질투 버릴 것만 잔뜩이니 뱃살이 나오고 빠알간 경고장에 나를 때린다 나를 치…
김왕식 ■ 천년의 잎 소엽 박경숙 사위진 연기 자락 산 그늘까지 번지던 날, 차마 너의 안부를 묻지 못했다 붉디붉은 침묵이 지리산 골짝마다 스미는 동안 너만은 살아있기를, 그 바람조차 죄처럼 두 손 모았다 한때, 햇살 한 사발에 목욕하던 뽀얀 잎의 숨결 대숲…
김왕식 ■ 시는 종이 위의 그림자 시는 돌멩이 하나, 강물에 던져본 일 반드시 파문이 번져야 하는 건 아니었다 천상병은 구름을 주워 담았고 이상은 꿈의 골목을 걸었으며 서정주는 바람의 무릎에 귀를 댔다 그들은 큰 뜻 없이 쓴 듯, 그러나 그 잉크는 별처럼 빛났…
김왕식 ■ 비움과 채움 시인 변희자 도시에는 많은 것이 있다 허나 외롭다 자연에 가면 없는 것 많아도 마음 가득 찬다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변희자 시인의 시 '비움과 채움'은 단아한 시어 속에 시인의 삶의 철학과 미의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김왕식 ■ 고향의 봄은 달빛으로 운다 김왕식 밤이면 고요한 시골 마을에 달빛이 오동나무 가지 사이로 물비늘처럼 스며든다. 마루 끝에 앉아 별을 세던 누이의 숨결 같은 그 빛은, 지금도 가슴 어딘가에 고요히 출렁인다. 감나무 가지 끝이 바람결에 살짝 흔들릴 때마다…
김왕식 ■ 침묵이 쓰는 시 시인 박진우 사랑이란 고요 속에서만 흐르는 강 침묵 속에서만 들리는 바람의 언어 나를 비운다 순수함으로 한 겹 벗겨내고 고요함으로 한 겹 접어둔다 그리하여 사랑하는 이를 마음에 새기면 그는 오월의 꽃잎이 되어 햇살의 숨결을 고요히 …
김왕식 □ 국문과 재학 중 군대 갔다. 3월 접어들자 고향 봄을 그리며 병역수첩에 깨알 같이 끄적인 몇 줄 옮긴다 ■ 고향의 봄은 달빛으로 운다 김왕식 오동나무 가지 사이로 달빛이 흐른다 누이의 손을 잡고 별을 줍던 기억처럼 그 은빛은 오래된 숨결로 내 가…
김왕식 ■ 달걀 한 꾸러미 청수 강문규 몇 날 며칠 닭장 속 달걀 한 꾸러미 모았다. 책보 어깨에 동여매고 짚으로 엮은 달걀 꾸러미 챙겨 졸졸 흐르는 냇물 징검다리 건넜다. 깨어질까 신작로 길 돌부리 비켜 가며 교문에 들어섰다. 교실에 도착해 담임선생님께 …
김왕식 ■ 존경의 바람으로 띄우는 글 ㅡ시인 주광일을 기리며 청람 김왕식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이 곧 한 시대의 빛나는 족적이 된다면, 주광일 시인은 바로 그 ‘바람’과 같은 존재다. 경기고와 서울법대라는 엘리트의 길, 재학 중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검사의 길을 …
김왕식 ■ 청람촌의 새벽을 깨우는 시인 ㅡ백영호 작가에게 청람 김왕식 새벽닭이 울기도 전, 청람촌의 어둠을 걷어내는 이가 있다. 아직도 해는 머뭇거리는데, 그의 글은 벌써 기지개를 켠다. 새벽이슬보다 먼저 깨어, 자연의 숨소리를 받아 적고, 들풀의 눈빛을 닮은 …
김왕식 ■ 고요의 기술 이상엽 시인 수술대 위, 나는 늘 말보다 손을 믿었다 뼈는 말을 하지 않기에 기억은 골절 부위에 숨어 있었기에 집도의로 산 세월, 단어는 늘 뼈처럼 단단하고 대화는 고통을 짜 맞추는 핀셋이었다 침묵은 환자의 통증을 듣는 기술이었고 그러…
김왕식 ■ 감각의 여인, 시와 차의 미학을 입다 — 자운 김윤미 선생 김왕식 김윤미 선생에게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자줏빛 구름처럼 고운 빛깔의 ‘자운(紫雲)’. 그녀를 처음 마주한 이라면 누구든, 그 이름처럼 고운 기품에 눈을 뗄 수 없다. 한 사람의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