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설瑞雪, 그 두 얼굴
김왕식 ■ 서설瑞雪, 그 두 얼굴 눈이 내렸다. 하늘에서 사뿐히 내려앉은 눈송이들은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다. 흔히들 말하듯 '서설(瑞雪)'이라 한다. 복된 눈, 길운을 가져다주는 눈이라는 뜻이다. 어린아이들은 기뻐하며 눈밭에서 뛰놀고, 강아지마저 신난 얼굴로 이…
김왕식 ■ 서설瑞雪, 그 두 얼굴 눈이 내렸다. 하늘에서 사뿐히 내려앉은 눈송이들은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다. 흔히들 말하듯 '서설(瑞雪)'이라 한다. 복된 눈, 길운을 가져다주는 눈이라는 뜻이다. 어린아이들은 기뻐하며 눈밭에서 뛰놀고, 강아지마저 신난 얼굴로 이…
김왕식 오늘 아침 귀동냥한 이야기이다. 이에 몇 글자 보탠다. ■ 정직이 빚어낸 선물 1990년대 어느 날, 자선사업가 케네스 벨링은 샌프란시스코 베이의 어두운 빈민가를 지나던 중 자신의 지갑을 잃어버렸음을 깨달았다. 비서는 절망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
김왕식 ■ 외로운 마음에 건네는 작은 위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도 마음이 허전하면 하루가 버겁다. 외로움과 고독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우리를 따라다닌다. 누구에게도 꺼내기 힘든 마음일수록 그 무게는 더 깊어진다. 모든 것이 넉넉한데도 공허함을 느끼는 이는,…
김왕식 ■ 소박한 손길 작은 마을에 소박한 이웃이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그를 알고 있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그는 언제나 남을 돕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세상에는 재산이 많은 부자들이 많지만, 이 사람은 마음이 넉넉…
전 국민 5천 만이 정치가가 됐다. 김왕식 언제부터인가 전 국민 5천 만이 정치가가 됐다. ■ 정치적 위기 속 한국의 길 ㅡ냉철한 대응과 균형의 필요성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한국 정치가 또 한…
■ 하얀 고무신 동구 밖 문희네 집 섬돌 위에 남은 그 자취, 아홉 켤레 산발 속 단정히 놓인 한 쌍의 고무신. 흙내음 스며든 희끗한 흔적은 굽은 등으로 걸었던 지난날의 길 위에 서 있다. 아버지의 발, 그 걸음은 지금 흐린 하늘을 지나 저…
김왕식 ■ 하얀 고무신 동구 밖 문희네 집 섬돌 위에 남은 그 자취, 아홉 켤레 산발 속 단정히 놓인 한 쌍의 고무신. 흙내음 스며든 희끗한 흔적은 굽은 등으로 걸었던 지난날의 길 위에 서 있다. 아버지의 발, 그 걸음은 지금 흐린 하늘을 지나 저 먼 곳까지…
김왕식 ■ 아, 아이씨! 다섯 살짜리 손녀딸 채이와 함께 드라이브를 떠난 날이었다. 손녀는 신이 나서 창밖을 보며 연신 탄성을 질렀다. “할머니, 나무가 막 춤춘다! 구름도 춤추네!” 아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비롭고, 모든 순간이 특별한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김왕식 ■ 창호지 문이 있는 곳에서 가만히 떠오르는 기억 속엔 창호지 문이 있다. 얇은 종이 한 장 너머로 들리던 웃음소리와 조심스레 숨죽이던 기척들. 족두리를 풀던 새 신부의 방에서 흘러나오던 설렘과 긴장감, 그리고 그 풍경을 엿보려는 동네 아줌씨들의 장난기 섞…
녹슬지는 말자 김왕식 ■ 닳아서 없어질지언정 녹슬지는 말자 ㅡ 낡은 연장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다한 후에야 닳아 없어지며 그 생을 마감한다. 반면에 한쪽 구석에 방치된 채 녹이 슬어가는 연장은 자신의 역할을 잃고 쓸모를 다하지 못한 채 사라져 간다. 이 차이…
김왕식 ■ 새벽의 발소리 신새벽, 깊은 어둠이 채 물러나지 않은 시간에 아버지는 언제나 먼저 깨어났다. 온 세상이 조용한 이 시간, 아버지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잠든 가족들이 깰까 두려워 뒤꿈치를 들고 걸음을 옮기는 모습은 마치 무거운 짐을 안은 채, 세상에 발…
김왕식 ■ 눈 속에 내려앉은 아침 햇살 혹한 속, 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지만, 그 속에서도 아침 햇살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눈 위에 내려앉은 햇살은 고요한 대지를 부드럽게 감싸며 나를 깨운다. 마치 새하얀 이불 위에 황금빛 실이 드리워…
■ 청람루에서 막걸리 한 잔 안최호 재래시장, 시골 장터의 대포집 그을린 석가래 사이엔 거미줄이 춤을 추고, 찌그러진 주전자와 누런 양재기가 희미한 불빛 아래 서성인다. 안주 없는 술상 위, 소금 대접 곁에 삶은 계란 두 알, 젓가락 장단에 흥을 돋우…
■ 문향聞香 ㅡ차의 향을 듣는다 찻잔 속 고요가 떨어지는 물방울에 살며시 숨을 쉬고, 잔 위로 퍼지는 차의 울림은 시간의 결을 따라 천천히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맑은 향기, 귀에 스며드는 듯한 노랫소리로 고요를 채우고, 작은 찻잔 하나에도 담긴…
김왕식 ■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던 내 친구 달삼이가 ㅡ 달삼은 오랜 시간 암투병의 고통 속에서도 한결같이 정직하고 겸허한 삶을 살아왔다. 그의 삶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깊이 있는 철학과 신앙으로 가득 찼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인생을 두고 ‘숭고하다’고 말한다.…
김왕식 ■ 낯선 만남, 좁은 거리 서울에서 지하철은 늘 익숙한 너비였다. 익숙함 속에선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느끼기보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였다. 나도 그랬다. 한 칸의 정적 속에서 각자의 목적지로 흘러가는 군중의 일부일 뿐이었다. 헌데 대전에 와서 만난 …
김왕식 ■ 심학산 아래 찬림네 집, 사랑이 숨 쉬는 둥지 시인ㆍ수필가 김왕식 심학산 자락에 자리 잡은 작은 집 한 채. 언뜻 보면 소박하기 그지없는 이곳은 찬림네 가족이 살아가는 둥지다. 찬림, 경림, 주영 세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아이 엄마, 아빠의 깊은 …
ㅡ차의 향을 듣는다 김왕식 ■ 문향聞香 ㅡ차의 향을 듣는다 찻잔 속 고요가 떨어지는 물방울에 살며시 숨을 쉬고, 잔 위로 퍼지는 차의 울림은 시간의 결을 따라 천천히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맑은 향기, 귀에 스며드는 듯한 노랫소리로 고요를 채우고, 작은 …
김왕식 ■ 새벽의 별과 어머니의 손 신새벽, 보따리를 이고 떠나는 어머니의 발걸음은 겨울 새벽바람처럼 무겁다. 십 리 길을 걷는 동안, 그 발걸음은 얼어붙은 대지를 조심스레 밟는다. 자리 경쟁에 밀려 시장통 구석, 외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 물건을 내놓는 어머…
김왕식 ■ 혹한의 새벽, 아버지들의 삶 겨울 새벽은 혹독하다. 창밖에 뿌옇게 서린 입김이 얼어붙을 듯한 추위 속, 아버지들은 묵묵히 하루를 시작한다. 두꺼운 옷을 걸치고 무거운 가방을 둘러멘 채, 그들의 발걸음은 노동현장으로 이어진다. 혹한은 그들의 삶을 시험하…
김왕식 ■ 말과 마부 한겨울의 깊은 산골, 눈 덮인 산길을 달리던 한 마부가 있었다. 그의 곁에는 평생을 함께해 온 말이 있었다. 이 말은 단순한 짐을 나르는 존재가 아니었다. 마부의 손길과 마음을 가장 잘 알아차리는 벗이자,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동료였다. …
지혜, 박건옥 작 김왕식 ■ 진중함과 겸손함 속에서 피어오른 깊은 지혜, 박건옥 작가 ㅡ 박건옥 작가의 삶은 진중함과 겸손함 속에서 피어오른 깊은 지혜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성품은 단순히 개인적인 미덕에 머무르지 않고, 그가 걸어온 길의 본질적 윤곽을…
김왕식 ■ 산과 하늘을 품은 의협객, 안최호 먼 하늘 아래, 리비아 트리폴리의 상공에서 한 남자는 추락하는 비행기 잔해를 뚫고 나아갔다. 불길과 파편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45명의 생명을 구하며 그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 의협의 길을 걸었다. 그의 이름은 안…
김왕식 ■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작은 씨앗 하나가 떨어진다. 바람에 휘말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땅 위에 안착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미약하고 연약하다. 비가 오고, 햇볕이 들며, 땅은 그 작은 생명을 감싸 안는다.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힐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