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끓는 소리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물 끓는 소리 아무 일도 아닌 듯 물이 끓고 조용한 소리가 방을 채운다 작은 움직임 하나가 시간을 깨우고 그 온기 속에서 마음도 천천히 풀어진다 ㅡ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물 끓는 소리 아무 일도 아닌 듯 물이 끓고 조용한 소리가 방을 채운다 작은 움직임 하나가 시간을 깨우고 그 온기 속에서 마음도 천천히 풀어진다 ㅡ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청람서루 ■ 조용한 방 방은 말을 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의자의 온도 종이의 결 보이지 않는 것들이 겹겹이 쌓여 침묵은 더 단단해지고 그 안에서 시간이 머문다 ㅡ 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내 그림자 ■ 그림자의 길이 빛이 낮아질수록 그림자는 길어진다 짧았던 것들이 길게 눕고 가까웠던 것들이 멀어지는 시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는 것 저녁은 그렇게 하루를 길게 만든다 ㅡ청람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낮아지는 눈 높이 보면 멀어지고 낮추어 보면 가까워진다 눈을 내릴수록 보이지 않던 것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것들이 먼저 말을 걸고 그때 비로소 세상은 조용히 열리기 시작한다 ㅡ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글을 쓴다는 것 — 사라지는 순간을 붙드는 일에 대하여 해 질 녘 깊은 산사 고즈넉한 바위에 걸터앉아 붉은 하늘을 본다 저녁은 언제나 조용히 무너진다 그 무너짐은 파괴가 아니라 스며듦이다 빛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빛이 사라지는 …
■ 봄은 셈할수록 줄어든다 청람 김왕식 인문학 공부 모임에서 들었던 그 한마디는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우리에게 남은 인생에 봄이 몇 번이나 올까요.” 그날 이후로, 봄을 세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막연하게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나이와 시간을 대입해 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죽지 못해 사는 상태, 그것이 절망이다 사람은 종종 말한다. 사는 것이 힘들다고. 더 깊이 들어가면, 문제는 단순한 고통이 아니다. 고통은 견딜 수 있다. 문제는 방향을 잃은 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감각이다. 멈출 수도 없고, 그렇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손에 잡히지 않고,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은 늘 묻는다. 내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감정의 위치를 묻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중심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빈곤과 무지는 사회가 만든 비극이다 빅토르 위고는 “빈곤과 무지는 사회가 만든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이 한 문장은 단순한 도덕적 경고가 아니라, 인간 존재를 둘러싼 구조를 꿰뚫는 통찰이다. 우리는 흔히 가난을 개인의 나태로, 무지를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엇갈린 감정의 자리에서 남이 웃을 때 눈물이 난다. 남이 울 때 웃음이 난다. 이 문장은 단순한 역설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의 뒤틀림이 아니라, 감정의 깊이가 다른 층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징표다. 사람의 감정은 언제나 표면과 동일한 …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저 사람은 철학이 있다 사람을 오래 지켜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은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 그것은 학문을 많이 했다는 뜻도 아니고, 어려운 말을 잘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외려 그 반대에 가깝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청람 존재의 여백에서 하루가 저물어 간다. 시계는 밤 9시를 가리킨다. 빛은 이미 물러났고, 사물들은 윤곽만 남긴 채 조용히 자신을 접는다. 이 시간에 이르면 사람은 더 이상 외부를 향해 분주히 움직이지 않는…
■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 철학이 문학에 끼친 영향에 대한 고찰 — 고통의 인식에서 미학적 구원으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들어가는 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 철학은 흔히 비관주의로 오해되지만, 그 본질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구조를 끝까지 밀어붙여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작은 반복이 만든 몸 사람들은 운동을 이야기할 때 늘 거창한 그림부터 떠올린다. 번듯한 피트니스센터, 전문 트레이너, 체계적인 프로그램. 제대로 하려면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시작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말의 공허 말은 참 가볍다. 입술을 떠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나의 것이 아니다. 공기 속으로 흩어져 버리고, 어디에 닿는지도 모른 채 떠돈다. 때로는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지고, 때로는 엉뚱한 곳에 닿아 또 다른 오해를 낳는다. 그래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효자와 모범생 사이에서 길을 잃다 청람 김왕식 고등학교 시절의 일이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그때 이미 절반쯤은 결정된다는 말을 뒤늦게 믿게 되었지만, 정작 그 시절의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만 집 안의 공기와 교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개는 훌륭하다? 청람 얼마 전 《개는 훌륭하다》를 보았다. 한 가정의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개가 짖고, 사람이 물러서고, 주인은 눈치를 본다. 처음에는 “저 집이 좀 특별한가 보다” 하고 넘기려 했다. 그런데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그 이름, 엄마 청람 김왕식 가난했다. 그 말 한마디로는 다 담기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그 시절을 돌아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결국 그것이었다. 소학교 겨우 마친 어린 나이에 보따리 하나 들고 집을 나섰다. 아직 세상도, 사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만년필 단상 청람 김왕식 가끔 만년필을 든다. 습관이라기보다 마음의 결을 고르는 일에 가깝다. 손에 쥐는 순간, 시간의 속도가 먼저 낮아진다. 하루의 급한 물살이 잠시 숨을 고르고, 손끝은 생각보다 먼저 조심스러워진다. 밀어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서산마루에 청람 김왕식 서산마루 해 질 녘 , 그 빛은 멀리서 오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하루의 끝을 밝히고 있었다. 정년 퇴임한 노교사는 오십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교단 …
■ 말이 곧 사람이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람은 말로 드러난다. 얼굴보다 먼저 말이 기억되고, 행동보다 오래 남는 것도 말이다. “당신의 말이 당신의 가치를 보여준다” 이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다. 인간 존재를 꿰뚫는 하나의 진술이다. 말은 생각의 그림자…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낮아질수록 깊어지는 사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람의 깊이는 말의 크기로 드러나지 않는다. 말의 높이를 낮추는 순간, 그 깊이는 더욱 또렷해진다. 세상에는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데 익숙한 이들이 있다. 자신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말 없는 대화, 봄비 속의 깊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말이 넘친다. 말은 관계를 이어 주는 가장 손쉬운 다리이기 때문이다. 그 다리는 때로 너무 길어져, 건너야 할 마음보다 더 멀리 뻗어…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끄덕임의 힘, 말보다 깊은 위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람이 가장 약해지는 순간은 말이 필요할 때가 아니라, 말이 닿지 않는 순간이다. 고통은 설명되지 않는다. 설명되는 순간 이미 그것은 고통의 바깥으로 밀려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