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속 풍경 ㅡ청람 김왕식
■ 지하철 속 풍경 지하철 안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손바닥만 한 빛 속에 하루를 접어 넣는다 눈은 화면에 머물고 마음은 어딘가 닿지 못한 곳에 있다 서너 명 여학생 웃음을 달고 올라탄다 도시는 잠시 화사해지고 시선들은 흘러갔다가 멈춘다 …
■ 지하철 속 풍경 지하철 안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손바닥만 한 빛 속에 하루를 접어 넣는다 눈은 화면에 머물고 마음은 어딘가 닿지 못한 곳에 있다 서너 명 여학생 웃음을 달고 올라탄다 도시는 잠시 화사해지고 시선들은 흘러갔다가 멈춘다 …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어머니의 기침 청람 김왕식 어머니는 많이 말하지 않는다 말 대신 가끔 기침을 한다 그 기침에는 말하지 못한 피로와 넘기지 못한 하루가 조금씩 섞여 있다 어릴 적에는 그 소리가 크다고만 여겼다 이제는 안다 그 …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닫힌 문 앞에서 청람 김왕식 문은 빛과 어둠이 얇게 겹쳐 선 자리 안과 밖이 서로를 밀어내며 잠시 멈춘 경계 닫힌 문 앞에서 발걸음은 자기 안을 돌아본다 손잡이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결심의 온도 밀면 길이 되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우산의 문장 청람 김왕식 비가 오기 전까지 우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접혀 있는 동안 자신이 무엇인지조차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 하늘이 무너지듯 열리면 조용히 펼쳐진다 누군가의 어깨 위에서 작은 지붕이 되고 잠깐의 안쪽을 만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아직 쓰지 못한 말 청람 김왕식 쓰인 말보다 쓰지 못한 말이 더 많다 입술까지 왔다가 돌아간 말 종이 위에서 끝내 몸을 얻지 못한 말 차마 누구에게도 건네지 못한 말 그 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슴 어딘가에 작은 방을 하나 얻…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빈 컵 청람 김왕식 컵이 비어 있다 무언가를 다 담아냈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입을 대기 전의 고요 마신 뒤의 온기 그 사이를 지나온 작은 시간들이 컵의 안쪽에 남아 있다 사람들은 가득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문장 앞에 앉다 청람 김왕식 문장 앞에 앉는 일은 의자 하나 끌어당기는 일과 다르다 보이지 않는 나를 내 앞에 불러 세우는 일이다 오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함부로 지나친 얼굴은 없었는가 쉽게 잊어버린 슬픔은 없었는가 내가 편하…
□ 장호권 사상계 방행인 □ 복간된 사상계 □ 사상계 초간본 ■ 돌베개 위의 별빛 장호권 어느 계절인가, 길을 걷다 문득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습니다. 그 옛날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머리 밑의 돌덩이를 베개 삼아 밤하늘의 별을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낮은 자리의 스승 청람 김왕식 진정한 스승은 크게 말하지 않는다. 말보다 먼저 태도가 앞서고, 태도보다 먼저 숨결이 전해진다. 교단 위에 서 있으되 높아 보이지 않고, 가까이 서 있으되 부담을 주지 않는 사람. 오래 남는 교사는 지식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비 속에 놓인 작은 온기 봄비가 오래 묵은 기억을 깨우듯 내리던 날이었다. 아파트 뒤편의 낮은 산자락은 물기를 머금은 흙냄새로 조용히 숨 쉬고 있었고, 가지 끝마다 매화와 산수유가 막 피어나려는 기척으로 젖어 있었다. 아직 꽃은 온전히…
■ 아침의 목소리 시인 수필가 마경덕 어슴푸레 창문으로 스민다. 절반은 바람에 날아간 새들의 대화가 보드라운 솜털 같다. 저 참새들을 통역할 수 없을까. 옆집 나팔꽃이 필 때 골목 끄트머리 목련나무에서 아침을 먹고 점심은 우리 집 옥상 살구나무에서 때우고 저녁은…
□ 이어도문학회 회장 이희국 시인 ■ 이어도문학회 동경 이희국 시인의 삶의 가치철학 및 작품 미의식 — 실천적 윤리와 서정적 사유가 만나는 자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들어가는 말 이어도문학회 회장 동경 이희국 시인의 문학 세계는 한마디로 말해 삶과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흉터의 봄 청람 김왕식 그해 봄, 내 왼쪽 뺨에 생긴 작은 함몰은 상처라기보다 뒤늦게 피어난 한 개의 표정처럼 오래 남았다. 하늘 아래 첫동네다. 마을이기보다 하나의 숨결에 가까웠다. 산 아래 맨 먼저 붙어 있는 집 몇 채가 바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이 바쁜데 웬 설사 — 콩밭 쪽으로 사라진 선두 청람 김왕식 가을은 늘 냄새부터 먼저 왔다. 볏짚이 마르는 냄새, 흙먼지 위에 햇빛이 내려앉는 냄새, 누군가 운동장 구석에서 까먹다 흘린 삶은 콩의 냄새, 그리고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려…
□ 칸트 □ 쇼펜하우어 ■ 칸트와 쇼펜하우어 철학세계의 비교 고찰 — 인식의 경계와 존재의 심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서론 근대 이후 서양철학의 흐름에서 임마누엘 칸트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하나의 사유 계보를 이루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헤겔 ■ 사유와 서사의 경계에서 — 헤겔을 통해 다시 묻는 문학의 방향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들어가는 말 — 사유가 서사로 태어나는 자리에서 한 철학자의 생애를 돌아본다는 일은 단순히 한 개인의 사상사를 정리하는 작업이 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마지막 문 앞에서 배우는 것 아침은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한 얼굴로 온다. 도시가 아직 완전히 깨어나기 전, 빛은 창가에 먼저 내려앉고 마음은 자연스레 안쪽으로 기운다. 그 고요 속에서 사람은 오래 미뤄둔 질문과 마주한다. 아침에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비에 젖은 가방 비는 위에서만 내리지 않았다. 그날 저녁, 비는 사람의 마음에서도 내리고 있었다. 우산 없이 나선 하루가 저물 무렵까지 무사할 것이라 믿었던 나는, 거리 한복판에서 뒤늦게 비의 문장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젖는다는 것…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약속의 굴레 약속은 언제나 가볍게 시작된다. 한마디 말, 짧은 고개 끄덕임, 혹은 눈빛 하나로도 약속은 성립된다. 그 순간 약속은 바람처럼 가볍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무게를 얻는다. 처음에는 서로를 향한 믿음의 표현이었던 것이 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일제치하 창씨개명 · 신사참배에 대한 성찰적 재고 — 단죄를 넘어, 인간 조건을 묻는 역사 읽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들어가는 말 ㅡ 판단 이전에 서야 할 자리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는 일제강점기 말 조선 사회에 강요된 대표적 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어둠이 먼저 말을 건다 비어 있다고 혼자라고 그때 어느 시인의 말 한 줄 어둠 속에서 천천히 살아난다 "보이지 않는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눈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 세상의 절반을 이루고 귀에 들리지 않는 발걸음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길 끝에서 청람 김왕식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은 있다고 어느 시인은 말한다 나는 지금 그 끝에 서 있다 흙길은 여기서 끊긴다 발자국도 여기서 멈춘다 바람만 빈 길 위를 건너간다 앞은 막다른 곳 뒤는 이미 지나온 시간 허나 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지하철 천태만상 지하철 문이 닫히면 세상 하나가 통째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상에서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이 작은 철의 방 안에서 잠시 같은 시간을 탄다 9할은 휴대폰을 본다 고개는 숙이고 엄지는 바쁘다 세상은 손바닥만 한 화면 속…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생각의 무게 생각은 머리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가라앉는다 말보다 먼저 침묵의 바닥으로 내려간다 가벼운 생각은 빛의 표면을 떠다니다 흩어진다 무거운 생각은 돌처럼 내려앉아 존재의 깊이를 만든다 강이 깊어질수록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