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 깊이 읽기

성찰

19 / 147 쪽 · 전체 3514편

성찰 ·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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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시대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시대 정신과 의사도 신경안정제를 복용한다. 이 문장은 놀랍기보다 외려 안도에 가깝다. 마음을 다루는 사람조차 마음의 무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우리를 조금 덜 외롭게 만든다. 요즘 정신적 고통을…

청람 김왕식 · 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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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행동 사이에 놓인 생각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말과 행동 사이에 놓인 생각 요즘은 듣는 일이 너무 쉽다. 말이 귀에 닿기 전에 이미 화면을 통해 먼저 들어온다. 뉴스 알림, 단체 채팅방, SNS의 짧은 문장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타인의 말과 생각을 훔쳐 듣듯 접한다. 문제는 …

청람 김왕식 · 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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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성기 ㅡ박수로 이루어진 유산, 사회로 돌아가다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국민배우 안성기 ■ 박수로 이루어진 유산, 사회로 돌아가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 사람의 생이 끝났을 때 남는 것은 재산의 규모가 아니라 그 사람이 세상에 남긴 태도다. 배우 안성기라는 이름이 특별한 이유는 연기의 깊이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언제나 …

청람 김왕식 ·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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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 들어온 호랑이 한 마리ㅡ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목욕탕에 들어온 호랑이 한 마리 대중목욕탕은 하루치 세상을 한꺼번에 풀어놓는 곳이다. 그 안에서는 직함도 나이도 잠시 벗어 둔다. 문패 대신 수건 하나 두르면 모두가 같은 체온의 인간이 된다. 목욕탕은 늘 뜻밖의 장면을 숨겨 둔다. 연출…

청람 김왕식 ·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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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로 이루어진 유산, 사회로 돌아가다ㅡ배우 안성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배우 안성기 ■ 박수로 이루어진 유산, 사회로 돌아가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 사람의 생이 끝났을 때 남는 것은 재산의 규모가 아니라 그 사람이 세상에 남긴 태도다. 배우 안성기라는 이름이 특별한 이유는 연기의 깊이 때문만이 아…

청람 김왕식 ·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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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낮추면 길이 말을 건다 ㅡ청람

ㅡ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속도를 낮추면 길이 말을 건다 달삼이는 친구들과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출발의 순간, 페달은 가볍고 웃음은 바람보다 앞선다. 길은 넓고 하루는 길 것처럼 보인다. 여행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되어, 그렇게만 끝나지는 않는다. 어…

청람 김왕식 · 20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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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바로잡지 않아도 관계를 지킨다 ㅡ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오해를 바로잡지 않아도 관계를 지킨다 사람은 오해를 풀어야 관계가 산다고 믿는다. 설명을 덧붙이고, 맥락을 나열하고, 진심을 증명하려 애쓴다. 이 노력은 성실해 보이지만, 모든 오해가 설명으로 풀리지는 않는다. 어떤 오해는 설명이 길어질…

청람 김왕식 · 20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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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등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어머니의 등 김왕식 바람도 손댈 수 없을 만큼 단단한 듯 보이지만 어깨 끝 살짝 굽은 선 위에는 말하지 못한 하루가 끔찍하게 조용한 무늬로 새겨져 있다 어머니의 등은 늘 가족을 등 뒤에 감추고 세상을 앞에 두고 서 있다 힘들다는 말 …

청람 김왕식 · 202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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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맞이하는 일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아침을 맞이하는 일 밤에 잠자리에 들 때, 하루를 되돌아본다. 말로 다 하지 못한 생각들, 마음속에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지나쳐 온 순간들, 남에게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나 자신은 알고 있는 수많은 흔들림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변명하려 들…

청람 김왕식 · 202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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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힘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침묵의 힘 ​ 말은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의견을 밝히고, 입장을 설명하고, 오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말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말이 언제나 자신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외려 많은 경우, …

청람 김왕식 · 202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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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가방 낡은 가방 하나 모서리가 먼저 늙었다 비에 젖고 벽에 부딪히며 말없이 시간을 닳게 했다 손잡이는 수없이 바뀐 체온을 기억하고 어깨는 가방보다 먼저 내려앉았다 안에는 비워진 물건들 대신 지나온 날들이 남아 서로 부딪히며 작은 소…

청람 김왕식 · 202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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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남겨 둔 겨울 ㅡ청람 김왕식

■ 여름에 남겨 둔 겨울 김왕식 여름에도 엄마는 털모자를 쓴다 햇살이 머리 위에서 가장 잔인해질 때 엄마의 머리에는 겨울이 남아 있다 여섯 살 달수는 이유를 모른다 모자를 쓰다듬는다 까슬한 털 사이로 엄마의 숨이 살아 있다 엄마는 말 대신 하…

청람 김왕식 ·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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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털모자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엄마의 털모자 여름에도 털모자를 쓴 엄마가 있다. 햇빛이 가장 잔인한 계절에, 엄마는 가장 두꺼운 계절을 머리에 얹는다. 여섯 살 달수는 그 이유를 묻지 않는다. 아이는 다만 엄마의 모자를 쓰담는다. 까슬한 털 사이로 체온이 남아 있다…

청람 김왕식 ·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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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새해를 미는 사람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얼어붙은 새해를 미는 사람 김왕식 연말의 음악이 유리문 안에서 금빛으로 튄다 숫자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사람들은 서로의 체온을 확인한다 그러나 밤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쇠바퀴 하나 얼음을 깨우며 울린다 리어카는 달력을 끌고 간다 …

청람 김왕식 ·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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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의 결심이 백 번 걷는 길 ㅡ청람 김왕식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사흘의 결심이 백 번 걷는 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새해는 늘 거창하다. 달력 첫 장이 넘어가는 소리만으로도 사람은 어제의 자신을 졸업한 것처럼 착각한다. 계획은 장대하고, 다짐은 근엄하며, 각오는 결연하다. 그날 …

청람 김왕식 ·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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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의 정신, 다시 깨어나는 《사상계》 청람 김왕식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복간된 《사상계》 ■ 아들이 아버지를 훔쳐보다 ― 장준하의 정신, 다시 깨어나는 《사상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새해 벽두,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에 장호권 회장은 여의도를 향해 자유로를 달린다. 도시가…

청람 김왕식 ·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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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권 회장의 《파악입선 破惡入善》 ㅡ청람 김왕식

□ 장호권 회장 □ 복간된 《사상계》 ■ 파악입선 破惡入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상의 문을 다시 열며 새해 벽두, 장호권 회장과의 통화는 짧았으나 그 여운은 깊었다. 그는 상원사 적멸보궁寂滅寶宮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세상을 바라보았다고 했…

청람 김왕식 · 20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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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문턱에서, 시간을 건너는 숨

■ 새해의 문턱에서, 시간을 건너는 숨 청람 김왕식 해가 바뀌는 일은 숫자가 옮겨 적히는 일이 아니라 숨이 자리를 바꾸는 일이다 밤의 가장 깊은 골짜기에서 시간은 소리를 낮추고 사람의 마음 곁으로 내려온다 어제는 아직 떠나지 않았고 내일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청람 김왕식 · 202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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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인술 사이, 사람을 품은 삶 — 이상엽 박사를 말하다 ㅡ청람 김왕식

□ 이상엽 닥터 부부 ■ 시와 인술 사이, 사람을 품은 삶 — 이상엽 박사를 말하다 수필가 김왕식 의사는 병을 고치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떤 의사는 병보다 먼저 사람을 본다. 광명 성애병원 정형외과의 이상엽 박사는 후자에 속한 사람이다. 그의 진료는 늘 인간…

청람 김왕식 · 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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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과 근면, 회사를 세우는 두 개의 기둥 ㅡ 청람 김왕식

■ 정직과 근면, 회사를 세우는 두 개의 기둥 한때 K사장은 대그룹의 심장부에서 일했다. 조직의 방향이 결정되는 회의실, 숫자와 사람의 균형이 동시에 요구되는 자리에서 그는 오랜 시간 중역으로 살아왔다. 그곳은 성과만으로 평가받는 냉정한 공간이었고, 동시에 리더의 …

청람 김왕식 · 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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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먼저 밀어올린 것 ㅡ 청람

■ 몸이 먼저 밀어올린 것 청람 김왕식 겨울이다. 빛이 바랜 벙거지에 귀마개를 쓴 노인이 폐휴지 수레를 가득 싣고 언덕을 오른다. 수레 바퀴는 얼어붙은 길 위에서 자주 멈칫거리고, 노인의 호흡은 바람보다 먼저 가빠진다. 겨울의 언덕은 늘 그렇듯 말이 없고, 사람…

청람 김왕식 ·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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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의 滿席 ㅡ청람 김왕식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분홍색의 滿席 청람 김왕식 지하철 한 칸에 분홍색이 있다. 색은 연약하고, 의도는 분명하다. 아직 오지 않은 생명을 위해, 먼저 온 배려를 비워 두겠다는 약속이다. 도시가 스스로에게 써 붙인 짧은 다짐 같은 것. 그러…

청람 김왕식 ·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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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의 밤 ㅡ 청람 김왕식

■ 성탄제의 밤 김왕식 저녁이 낮아진다 해는 논두렁 끝에 걸리고 팽이는 얼음 위에서 숨을 참고 돈다 언 손이 줄을 감고 몸은 이미 해보다 먼저 기운다 집에 돌아와 밥그릇을 밀어놓고 아궁이 옆에 앉는다 불은 낮고 눈은 먼저 잠긴다 놀다 지친 몸…

청람 김왕식 · 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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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온 이름 ㅡ청람 김왕식

■ 다시 살아온 이름 김왕식 우연히 리모컨 끝에 걸린 한 채널에서 나는 숨을 놓쳤다 병실의 흰 벽보다 더 희게 질린 어린 날의 한 소녀가 화면 속에 앉아 있었다 백혈병이라는 너무 큰 이름 앞에서 그 아이는 아직 이름도 다 자라지 못했는데 주사 …

청람 김왕식 · 202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