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를 잡고 선 모성의 원형 — 박송희 시인의 삶과 시 《엄마 문고리》의 미의식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 박송희 시인 시집 《엄마 문고리》 ■ 엄마 문고리 시인 박송희 어머니 앞 백 년 어린애 한가로우니 불현듯 치달려 가는 거기 살고 있는 요람의 그넷줄 발 구르는 바람 가르기 한다 그리움이 휘날리는 머리카락 앞 구름 뒤 구름 하늘 구르는 가슴 폭 …
□ 박송희 시인 시집 《엄마 문고리》 ■ 엄마 문고리 시인 박송희 어머니 앞 백 년 어린애 한가로우니 불현듯 치달려 가는 거기 살고 있는 요람의 그넷줄 발 구르는 바람 가르기 한다 그리움이 휘날리는 머리카락 앞 구름 뒤 구름 하늘 구르는 가슴 폭 …
□ 김지수 시인 □ 홍양 ■ 홍양 紅羊 시인 김지수 담장 낮은 밤이면 붉은 양 한 마리 산비탈을 기웃거린다 풀잎에 맺힌 이슬을 제 것인 양 혀를 내밀어 훑어가지만 아침이 오면 검은 발굽 자국만 남는다 울타리는 기억한다 한 번 난 길은 또…
□ 청민 박철언 시인 ■ 새봄은 왔건만 시인 青民 박철언 동토의 어둠 뚫고 따뜻하게 차오르는 새기운 으스스하지만 한층 부드러워진 이른 봄의 아침 공기 겨울의 온갖 아픔 이겨내고 소리 없이 싹트는 푸른 움 산책길은 봄기운으로 가벼운 연듯빛 발걸음이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생명의 맥박과 시의 운명 — 1930년대 한국 현대시에서 생명파의 문학사적 위상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들어가는 말 1930년대 한국 현대시는 하나의 직선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온도의 숨결이 같은 시대의 공기를 함께…
■ 각재기국 시인 장한라 뚝배기 하나 불 올려신디 내장 뺀 각재기 뽁뽀글 허여 배춧잎 하영 넣어수다 된장 호꼼 풀고 국간장 두르곡 국물 보멍 소금 맞추는 거우다 배추 풋고추 야코죽언 보민 되쿠다 국도 성질 이서 급허민 안 되젠 푹 괴어 붉은 고추 다진…
□ 한범수 교수 ■ 비둘기가 죽었다 시인 한범수 죽었다 비둘기가 차가운 거리 차들이 지나갔다 타이어 자국이 났다 날갯죽지가 흩어졌다 차창밖으로 지켜보는 시선 없다 비둘기가 흔적만 남았다 햇살이 한쪽 면만 밝힌다. ■ 한범수 시인의 《비둘…
■ 금린어 시인 신재미 한탄강에 현혹되어 따라나섰다 둑길 달리던 자동차 좌회전 방향이 다르다고 목소리 높였지만 무시하고 달리는 송사리 여사 베테랑 운전은 다른가 말할 틈 주지 않고 끓이는 조잘조잘 맛보지 못한 매운탕 온갖 양념 넣어 불길 높인다 말로 …
■ 공존의 계절 시인 박철언 무겁게 가라앉은 겨울 한쪽 흙을 뚫고 올라오는 통통 튀는 봄 칼바람과 봄바람 사이 땅속에서도 나뭇가지에서도 자꾸 경계 넘어오는 움 햇살에 눈부신 잔설殘雪 한쪽 뭉쳤던 물길 양지부터 풀리니 묶였던 생명도 제방향 찾아 흐른다 …
■ 서 리 꽃 시인 박정민 울 엄니 외로울까 봐 고운 잔디 위에 하이얀 서리꽃 피었네 햇살이 비치면 금세 사라져 버릴 하얀 서리꽃 엄니 닮아 강한 척 꼿꼿하게 서릿발 세워 서 있지만 다리 아프겠다 하얀 서릿 꽃밭에 한 발짝 살포시 내딛으니 …
■ 우리 사랑 시인 박정민 당신은 영롱한 아침 이슬 아니었으면 좋겠어 나는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밟혀도 으스러지지 않는 노란 민들레처럼 커다랗게 웃는 해바라기처럼 하이얀 백합처럼 피어나는 향기 쉽게 달구어지는 노란 냄비 아니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가만히 앉아 있는 일 사람들은 흔히 움직임을 일이라 생각한다. 손이 바쁘고 몸이 분주해야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믿는다. 눈에 보이는 노동은 쉽게 이해되고 쉽게 인정된다.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은 종종 오해받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 경칩 흙은 아직 겨울의 문장을 붙잡고 있는데 어둠 속에서 먼저 깨어나는 작은 심장 하나 돌처럼 엎드려 있던 시간 몸속 깊은 곳에서 물이 먼저 움직인다 침묵을 오래 견딘 눈꺼풀 아래 연둣빛 번개가 스친다 개구리, 자기 안에 쌓아둔 겨울을 걷어차듯 놀…
■ 시인 지망서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순간 공기가 먼저 묻는다 별 하나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사람인가 아니면 눈물 한 방울을 은하수로 번역할 줄 아는 사람인가 또 묻는다 시험이 있는가 자격증이 있는가 도장을 찍어 주는 어떤 창구가 있는…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이육사, 그는 왜 하필 청포도인가 시詩를 한 알 씹어본 적 있는가 껍질을 깨물면 혀끝에 먼저 오는 것은 단맛이 아니다 푸른 떨림이다 어느 시인은 그 푸른 떨림을 입안에 오래 굴리고 있었다 이원록 사람들은 묻는다 왜 하필 포도도 …
■ 삼월, 뿌리의 시간 삼월은 계절의 문턱에 서서 아직 열리지 않은 문을 두드린다 바람은 겨울의 목소리를 조금 더 붙들고 있고 햇살은 조심스레 손을 뻗는다 앙상한 나무들 뼈의 언어로 하늘을 쓰며 묵묵히 버틴다 그러나 껍질 아래 보이지 않는 강이 …
■ 대보름 청람 김왕식 은쟁반을 엎어 놓은 듯 하늘이 숨을 고른 밤 마당의 돌멩이까지 흰 물결에 잠기고 지붕 위 기와는 빛을 씹으며 잠든다 이렇게 둥근 밤이면 가슴속 오래 묵힌 이름도 저절로 둥글어진다 그대 생각 달빛보다 먼저 떠올라 어둠의 가…
□ 박진우 시인 ■ 잔고殘高 시인 박진우 저녁 창에 빛이 고이고 오늘도 하루를 조용히 인출한다 주머니 깊숙이 접힌 영수증 몇 장 구겨진 동전처럼 남은 숨 창틀 위로 바람 한 푼 내려앉고 별 하나 어둠 쪽으로 미끄러진다 계산기를 두드리다 불이…
□ 정근옥 시인 ■ 하얼빈역에서 ㅡ 안중근 의사를 기리며 시인 정근옥 돌길에 피멍이 맺혀도 비열하지 않으련다 모든 걸 내려놓고, 의로움의 숨으로 선다 꺾이지 않는 목숨으로, 부끄럼 없이 대장부의 삶 곧게 세우고 방아쇠를 당긴다 찬 서리에 떨어지는 꽃잎에…
ㅡ 박철언 시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그대 조금만 천천히 시인 青民 박철언 가랑비 소리 없이 서서히 스며들듯 그대 조금만 조금만 천천히 오소서 밤하늘 별들의 속삭임처럼 고요한 꽃 향으로 내게 오소서 지나온 시간 속 어두운 허물들 하나하나 남김없이…
■ 심장에 피는 사람 가슴 깊은 곳에 저물지 않는 노을 하나 있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붉게 스며드는 빛 사람들은 사랑을 곁에 서 있는 그림자라 말하지만 그대는 심장 안쪽에서 피는 꽃이다 계절이 바뀌어 바람이 방향을 틀어도 그 꽃은 지지 않는다 …
□ 2026,2, 27, 금 ㅡ제주일보에 게재에 된 장한라 시인 시 《붉푸른 고요》 ■ 붉푸른 고요 시인 장한라 맨발로 거니는 비양도 코발트블루 눈길 닿은 파랑이 둥글게 품어 안은 허전한 빈손마저도 붉푸르게 차오른다 □ 장한라 시인 □ 제주도…
□ 청연 김상희 선생 ■ 그대가 시인 청연 내 소중한 사랑이라 좋습니다 그대가 내 영혼의 주인이라 좋습니다 그대가 내 그리움의 주인공이라 좋습니다 그대가 내가 사는 이유가 되어 좋습니다 그대가 빛과 그림자를 다 담고 있어 좋습니다 그대…
■ 2 월 시인 권천학 눈벌판 어디쯤, 들썩들썩 뿜어 올리는 수복초의 노란 숨 그 언저리를 떠나지 못하는 발길 북풍받이 어느 추녀 끝, 언 몸 사려가며 통째로 매달린 채 어둠속에서도 자라는 물의 뼈 빈 가지에 꽃눈 틔우느라 몸살하는 매화의 뜰 창가에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김미루 시인 ■ 생각이 깊어 시인 김미루 북한강을 떠날 즈음 커튼이 쳐져 있지 않은 휑한 거실에 이른 새벽부터 강 건너 여린 햇살이 슬며시 건너와 몸을 기댔다. 청평댐이 내려다보이던 집필실에서 잔잔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여릿여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