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ㅡ청람 김왕식
■ 오디세이 청람 김왕식 바다는 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이 지나간 뒤 잠시 물결 하나 접힐 뿐이다 젊은 날에는 먼 곳에 답이 있을 줄 알았다 수평선 너머에 아직 만나지 못한 나 하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배를 띄웠다 꿈 몇 자루 사랑…
■ 오디세이 청람 김왕식 바다는 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이 지나간 뒤 잠시 물결 하나 접힐 뿐이다 젊은 날에는 먼 곳에 답이 있을 줄 알았다 수평선 너머에 아직 만나지 못한 나 하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배를 띄웠다 꿈 몇 자루 사랑…
■ 허물 청람 김왕식 목놓아 울던 매미가 하나둘 여름에서 빠져나간다 나무에는 빈 몸만 남았다 등을 찢고 어디로 갔는지 껍데기는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단단히 나무를 붙든다 어제 친구 하나도 세상을 벗었다 한평생 가슴에 여름을 품고 울분도 …
― 벗어놓은 몸 하나가 나무에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매미가 벗어놓고 간 생 ― 벗어놓은 몸 하나가 나무에 남아 있다 청람 김왕식 여름이 조금씩 제 목소리를 거두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무마다 목이 찢어질 듯 울어대던 매미 소리가 성글어졌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태양보다 무거운 수레 청람 김왕식 정오가 아스팔트를 끓인다 매미는 불붙은 허공에 매달려 제 몸보다 큰 울음을 쏟는다 그 아래 허리 굽은 노인 하나 수레를 끈다 폐지 몇 장 찌그러진 깡통 몇 개 빈 병 몇 개 세상이 버린 것들은 …
■ 이어도, 바람의 길을 묻다 시인 황성구 바다는 한번도 바람을 붙잡은 적이 없는데 바람은 수천 년을 한길로 이어도를 찾아왔다 누가 길을 가르쳐 주었기에 파도보다 먼저 그 푸른 숨결을 데려오는가 나는 오늘 수평선 끝에 서서 바람에게 조용히 물었다 …
□ 이 글은 청민 박철언 시인 제8 시집 《그대 조금만 천천히》 해설 전문입니다. ■ 권력의 언어를 지나 생명의 언어에 이르다 ― 청민 박철언 시인 제8 시집 《그대 조금만 천천히》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여는말 한 사람의 시집은 한 사람의 생애…
■ 빈 지하의 목소리 시인 김유조 철원 노동당사 앞에 서면 문은 닫혀 있고 시간만이 드나든다 지하로 이어진 어둠 속으로는 누구도 내려갈 수 없고 발자국 대신 침묵이 계단을 채운다 그해에 그곳에서 호명되지도 못한 사람들이 비명 속에 사라졌다는 이야기…
■ 여름 엽서 41 ㅡ 이종효 요한에게 시인 주광일 나 먼저 세상 떠난 매제를 생각하며 잠 못 이루는 밤입니다. 미국 땅 디트로이트에서 착하게 착하게만 살던 매제의 부음이 전해진 날, 서울의 매미는 하루 종일 구슬프게 울어댔습니다. 3년 전 부터 투병 중임을…
■ 월급 한 달이 한 권의 시집이 되던 날 ― 한 권의 책은 어떻게 한 사람의 생애를 넘어 한 시대의 문학사가 되는가 Ⅰ. 들어가는 말 ㅡ가난한 교사의 서가에서 시작된 문학의 시간 문학은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의 곁에서 오래 살아남았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겨울엽서》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의 시집 《겨울엽서》 ■ 저자 소개 시인 주광일 주광일 시인은 법과 문학, 정의와 사랑, 원칙과 연민을 한 생애 안에서 조화롭게 실천해 온 법조인이자 시인이다. 1943년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 덥다, 하여 이불을 덮다 태양이 하늘의 화로를 뒤엎었다 길은 제 몸을 녹이며 신발 밑창에 달라붙고 매미는 나무의 속살까지 파고든 불을 울음으로 퍼 나른다 덥다 하여 나는 이불을 덮는다 더위를 밀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세상의 불길이 너무 환하여…
■ 무소유의 자리 청람 김왕식 송광사 불일암 낡은 처마 밑 봉당에 세월의 그림자가 눕는다 비 온 뒤 젖은 공기 속 한 켠에 나무 의자 하나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의자 위에는 세상보다 더 오래된 침묵이 앉아 있고 그 앞에는 책 두 권이 놓여 있다 …
□ 정택상 시인 ■ 사랑은 별 시인 정택상 사랑이 없으면 무엇이 이 어둠을 밝히겠는가 사랑은 별, 작은 사랑도 모두 반짝인다 ■ 가장 작은 빛으로 가장 큰 어둠을 건너는 시 ― 정택상 시인의 「사랑은 별」 을 읽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덥다, 하여 이불을 덮다 청람 김왕식 덥다 햇볕이 지붕 위에 불의 혀를 펼치고 매미들이 나무의 체온을 찢어 허공에 매달아 놓은 한낮 나는 이불을 덮는다 더위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너무 뜨거워 내 안의 겨울이 자꾸 떨기 …
주광일 시인의 시집 《겨울엽서》 ■ 저자 소개 시인 주광일 주광일 시인은 법과 문학, 정의와 사랑, 원칙과 연민을 한 생애 안에서 조화롭게 실천해 온 법조인이자 시인이다. 1943년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6…
□ 구자관 시인 ■ 한여름밤의 추억 시인 구자관 두메산골 도라지꽃 피던 그날. 하이얀 달빛 아래 호박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저녁이면, 가난했지만 궁색하지 않았던 넓은 마당에는 매캐하면서도 향긋한 쑥대 모깃불이 피어오르고, 그 곁에는 멍석이 깔리면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한 글자가 우주의 문을 열 때 ― 《천부경(天符經)》의 일(一)과 문학적 상상력, 존재의 순환에 관한 사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여는 말 ㅡ문학은 세계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세계 안에 숨어 있던 하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 정근옥 시인 ■ 사바의 꽃밭에서 시인 정 근 옥 세월이 흐를수록 꽃밭에 나비의 그림자가 사라진다 눈물나도록 그리운 사람은 저녁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만나지 않아도 될 사람은 독을 품은 흰 꽃을 흔들며 다가온다 밤하늘 꽃밭에 반짝이는 별들은 누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법의 언어, 시의 언어 ― 주광일 시인의 삶의 가치철학과 작품 미의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들어가는 말 문학은 한 인간의 언어가 아니라, 한 인간의 생애가 쓰는 가장 깊은 자서전이다. 시인은 종이 위에 시를 쓰기 전에 먼저 …
■ 오케스트라의 밤 시인 青民 박철언 위풍당당 들어서는 걸음걸음 제자리를 찾아 숨을 고르고 지휘봉 하나에 날이 서면 활은 현을 타고 그리움을 켠다 바이올린이 먼저 오래 묵은 그리움을 흔들어 깨우고 첼로는 기품 어린 울림으로 산그늘처럼 깊어져 간다 …
■ 신호등은 잠들지 않는다 시인 이영하 새벽은 아직 사람들의 발걸음을 깨우기 전인데 교차로에는 먼저 눈을 뜬 신호등 하나 서 있었다. 붉은빛으로 멈춤을 지키고, 노란빛으로 잠시 더 생각하라 말하며, 푸른빛으로 세상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누가 그에게…
■ 당신이 다녀가고 시인 이희국 벌겋게 녹슨 못을 빼려다 못대가리가 부서져 뺄 수가 없자 반쯤 튀어나온 못을 두드려 아예 보이지 않게 박는다 그 위에 감쪽같이 스티커를 붙인다 나만 안다. 『간이역에서』 (글나무, 2024) □ 이희국 시인 이희…
■ 거울앞에서 ㅡ 윤동주를 생각하며 시인 늘샘 안혜초 바보야 이 바보야 차 한 잔 사과 한 쪽에도 맘이 걸리고 잎새에 이는 잔바람에도 잠 못이루는 위소胃小하고 담대하지 못한 식물성의 죽제품竹製品 앞서 간 어느 시 쓰는 이도 가슴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새벽은 나무에게 먼저 온다 청람 김왕식 새벽은 해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 먼저 나무의 뿌리 속에 한 방울 푸른 침묵을 심어 놓았다 강은 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밤새 산이 흘린 사색을 낮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돌 하나가 천 년 동안 …